초의선사가 쓴 새 글씨가 공개됐다. 지난 29일 종로구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오픈한 ‘명선 초의전-시․차 그리고 선’이라는 주제의 전시회에서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은 ‘鳳下’라고 쓴 초의선사의 글씨를 공개했다.
이 글씨는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미디어붓다 회장)이 소장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미황사를 찾은 박동춘 소장의 눈에 띄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박 소장은 이 작품과 관련 “글씨 밑부분이 훼손돼 일부 떨어져 나갔지만 전체적으로 초의선사의 힘찬 필체를 확인할 수 있고, 초의선사가 남긴 글씨 중에 가장 큰 글자이며, 특히 사용된 낙관은 처음 보는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좀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로 “봉하라는 것은 ‘봉황이 지다’는 뜻으로 아마도 초의선사가 추사의 타계 소식을 듣고 ‘봉황이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로 쓴 글이 아닌가 여겨진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소장자인 금강 스님도 “존경하고 흠모하던 추사의 타계소식을 들은 초의선사의 입장에서 봉하라는 표현은 충분히 이해가는 것 것”이라면서 “추사는 초의선사에게 있어 봉황과 같은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동춘 소장의 초의연구 30년을 총 결산하는 이 전시회에는 차의 중흥조 초의선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다수 세상에 공개됐다.
사승(師承), 교유(交遊), 시(詩), 다(茶), 학(學)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초의의 친필 편지 선시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박동춘 소장은 “그동안 연구했던 초의선사의 자료를 취합했다. 30년 동안 연구해온 차와 선, 추사와 초의의 유불 간 교유 자료들을 총망라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박동춘 소장은 이번 전시 오프닝에 앞서 화봉갤러리에서 수여하는 제 2회 화봉학술문화상을 수상했다. 박 소장은 수상소감에서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가족에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조금은 보답을 한 것 같다고 고마움을 가족에게 돌렸다.
이날 전시회 오픈식에는 학계는 물론 차계, 종교계, 정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와 문화를 사랑하는 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