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우리 나라경찰의 부패지수가 과거 보다는 현저히 낮아져 교통경찰이 운전자로 부터 소위 삥땅 뜯는 일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과거에는 도로에서 공공연하게 차를 세우고는 불법으로 돈을 받는 예가 허다했다. 외국의 경우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오래전에 남방 불교 권에서 수행을 하고 돌아온 어떤 거사님으로 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지방도로를 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교통경찰이 차를 세우더니 과속을 운운하면서 운전자에게 돈을 요구하더란다. 이에 운전자가 봐달라고 하자 그 경찰은 운전자에게 도리어 사정하기를 ‘내가 오늘 절에 가야 하는데 보시 할 돈이 없다. 그러니 몇 푼이라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말에 더욱 웃음이 나는 일은 운전자의 태도였다고 한다. 운전자는 교통경찰의 사정을 듣자 냉큼 돈을 주더니 절에 가거든 차번호를 외워 내 몫까지 기도를 부탁 하더라는 것이다. 참으로 남방불자들의 신심과 보시 정신이 얼마나 투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 불자들의 보시 정신은 어떠할까? 이 곳 저 곳 법회를 주관하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불자들의 보시에 대한 정신은 매우 희박하다. 겨우 인등 비, 기도 비 회비 정도만 사찰에 내고 자발적 보시는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사찰에 들어오는 사찰의 보시 금이 얼마가 되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몇몇 사찰을 제외하고는 재정상태가 원만하지 못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어쩌다 신심 있는 불자가 절을 지으라고 뭉텅이 돈을 내놓는 예가 있다고 하지만 일반 사찰 , 특히 지방의 절들 중에는 스님이 먹을 양식조차 없는 곳들이 허다하다는 말이 들릴 정도이다. 사찰의 이와 같은 재정 결핍은 신도들의 감소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불자들의 보시에 대한 이해부족과 신심의 나약성에 있다고 본다.

법회 때에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면 복을 받는다는 사실을 믿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회의적인 반응이다. 열 명 중 서너 명만이 보시의 공덕을 믿는 다고 할 뿐 일고여덟은 확신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보시야 무주 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 할 테지만 보시하면 그에 따른 공덕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불교의 기본가르침 마저 믿지 못한다면 앞으로 사찰의 존립기반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금력이 지배를 하는 현대사회에 재정이 약한 집단은 그게 아무리 종교 단체라 해도 자연 도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교는 신도들의 신심에 의해 지탱되고 발전 된다. 이때에 신심은 종교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영향에 의해 모두 좌우된다. 그런데 그동안 불교는 막상 신심을 키워주는 데는 소홀히 해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도들의 삶에 빛을 주고 희망을 주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종단과 사찰의 운영이나 스님들 자신의 수행과 위상 정립에만 정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사찰의 재정결핍을 초래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사찰도 재정자립을 위해 세속처럼 사업에 뛰어들어야한다는 고육지책까지 내놓게 되었다. 사찰 운영을 위해 스님들이 사업을 한다는 일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걸 맞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고 세인들의 눈에도 썩 좋게 보여 지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종단에서 계획하고 있는 수익사업에 대해 무작정 비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시는 양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신도가 행해야 될 임무이며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도들로부터 보시를 하게 할 수 있는 스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선행 되어야한다. 인등비 회비 천도재비등과 같은 수동적 보시의 차원을 넘어 한 푼이라도 마음에서 우러나와 부처님께 바치는 능동보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스님들은 신도들의 믿음을 키워 주어야한다. 보다 많은 불자들이 순수한 믿음과 원력으로 부처님께 보시 행을 실천 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