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신도들이 조계종총무원을 찾아와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철회’와 ‘명진 스님 주지 재임’을 요구했다.

봉은사 신도회 소속 200여 명의 신도들은 이날 총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어 총무원장을 면담 자신들의 요구를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총무원 종무원들의 출입 저지로 우정국 앞 공터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봉은사 송진 신도회장 등 대표단 8명만이 총무원 청사로 들어가 성명서를 전달하고,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총무원의 성의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봉은사 신도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사과했고, 종단에서도 소통이 없었음을 인정했던 잘못된 결정”이라며 “따라서 출발부터 잘못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영사찰은 분규가 있었던 사고사찰이나 또는, 재정이 극히 우량한 지역의 기도사찰에 대해서만 지정해왔으며 종도들 대부분은 그것이 입법취지라고 알고 있다”고 전제한 봉은사 신도회는 “봉은사는 결코 사고사찰도 아니요 연중 기도객이 끊이지 않는 기도처도 아니며, 신도들이 교육과 조직, 활동으로 유지되는 도심의 포교사찰인데, 이런 곳을 직영사찰로 지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문제가 발생한 지 7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총무원 쪽에서 납득할 만한 아무런 이유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고, 총무원을 결코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봉은사 신도들은 또 “현 주지 명진스님과 함께 우리들만의 자족적인 만족을 넘어서 한국불교의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고 싶다”며 직영 지정 철회와 명진 스님의 주지 재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다음은 송진 신도회장과의 일문일답.

-오늘 총무원을 찾아온 이유는?

“총무원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직접 우리의 의사를 전하러 왔다. G20정상회의 장소인 코엑스 안내지도에도 봉은사는 나와 있지 않다. 이런 총무원을 신뢰할 수 있겠나.”

-신도회의 직영사찰 지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그동안 신도회는 직영사찰 지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한 번도 번복하거나 바꾼 적이 없다. 총무원과 봉은사 스님들 사이에서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고 신도회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화쟁위원회의 중재안이 나왔을 때도, 신도회로서는 대단히 불만족했지만 끝까지 기다렸다. 마지막까지 원만한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주지스님이 승적을 없애겠다고 선언하는 등 사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는 판단에 이렇게 나선 것이다. 신도회의 공식입장은 직영 철회, 주지스님 재임이다.”

-이번 항의방문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가능한 신도회의 의견이 빨리 받아들여지기를 희망한다. 오늘 총무원에 와서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으니, 최소한 언제까지 요구에 총무원이 답하겠다는 약속은 받아야 신도들은 봉은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명진 스님이 자신의 승적을 불태워버리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신도회의 입장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그런 말씀을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주지스님이 승단을 떠나는 것이 봉은사와 한국불교에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지스님이 승적을 찾아 불태우는 일이 있기 이전에 주지스님의 봉은사 주지 재임이 이우러져야 하고, 직영사찰 지정이 철회 되어야 한다. 만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주지스님이 승적을 없애는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 봉은사 신도들은 그에 준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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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신도회 성명서(전문)

최근 봉은사와 관련하여 우리 봉은사의 주인인 봉은사 신도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입장을 천명합니다.

1.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은 국민과 봉은사 신도 앞에 공개 사과하고 참회하십시오.

지난 10월 29일 대통령자문 국민원로회의 공동의장으로 전 국방부장관 이상훈 애국단체총연합회 상임의장은 “81개 좌파단체가 코엑스와 인접한 봉은사에 본부를 두고 북한이랑 연계돼 있다”는 망언으로 1,200여 년 동안 불교의 성지요 25만 신도들의 수행처인 봉은사를 북한과 연계된 불온한 곳으로 낙인찍었습니다.

이에 우리 봉은사 신도들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여 자기 집단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에 대해서 개탄하며,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망언으로 봉은사와 봉은사 신도들을 모욕한 이상훈 씨에 대해서 공개사과와 더불어 국민과 우리 신도들 앞에 참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도심 속의 천년 고찰인 우리 봉은사는 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중 방문할 외국의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정감 있는 한국의 전통사찰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상훈 씨의 발언은 이 같은 봉은사 신도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2. 국민분열과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종교인의 불교 폄훼와 종교평화 및 종교의 자유를 해치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한국사회는 유례가 없는 다종교사회이면서도 종교간의 다툼이나 갈등이 없이 상존해왔던 아름다운 전통을 간직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천년의 역사가 이어져온 봉은사를 선교의 대상으로 여기는 일부 개신교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치기에 넘쳐 한번 저지른 실수를 책임 물을 생각은 없지만, 이웃 종교를 공격적 선교의 대상으로 삼거나 독선적이고 교리해석으로 나의 신앙 외에 다른 종교는 모두 이단이요 무너져야 할 대상이라고 부추겨온 개신교 일각의 행위는 위험 수위를 넘어서 우리사회가 더 이상 아름다운 다종교사회로 유지되는 것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민 분열과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종교인의 불교 폄훼 행동, 종교 평화 및 종교의 자유를 해치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하고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3. 소통없는 봉은사 직영사찰지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인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사과했고, 종단에서도 소통이 없었음을 인정했던 잘못된 결정입니다. 따라서 출발부터 잘못된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직영사찰은 분규가 있었던 사고사찰이나 또는, 재정이 극히 우량한 지역의 기도사찰에 대해서만 지정해왔으며 종도들 대부분은 그것이 입법취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봉은사는 결코 사고사찰도 아니요 연중 기도객이 끊이지 않는 기도처도 아닙니다. 신도들이 교육과 조직, 활동으로 유지되는 도심의 포교사찰입니다. 이런 곳을 직영사찰로 지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문제가 발생한 지 7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총무원 쪽에서 납득할 만한 아무런 이유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고, 총무원을 결코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봉은사는 영암스님 이래 20여 년 동안 봉은사에 깊게 드리웠던 분규와 갈등의 그림자를 이제 겨우 거두어내려던 시점이었습니다. 2007년 12월부터 이미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하고, 2008년 1월부터 사찰의 최고의결기구인 종무회의에 우리 신도들이 과반수가 넘게 참석해서 신도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찰이라 자부해 왔습니다.

저희 봉은사 신도들은 현 주지 명진스님과 함께 우리들만의 자족적인 만족을 넘어서 한국불교의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들의 이런 간절한 소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봉은사에 대한 직영 지정을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봉은사 신도회는 8일 오후, 8일 오전 총무원을 방문한 이유와 향후 일정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봉은사 신도회는 “일방적인 직영지정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최근 봉은사를 좌파단체 본거지로 규정한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의 공개 사과와 봉은사 땅밞기 등으로 대변되는 타종교인의 불교 폄훼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였다”며 “아울러 이와 같은 중대한 현안이 아무런 진척이 없이 표류하는 것은 전적으로 총무원의 책임이며 향후 직영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대응을 이어갈 것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봉은사 신도회는 또 “11월 9일 오전 11시 총무원을 재차 방문, 총무원이 책임지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릴 때까지 지속적으로 항의 방문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