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법난의 의미를 법난 그 자체에서만 찾으려고 하면 안된다. 법난 이전과 이후의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사실상 법난에서의 교훈 찾기는 그 출발부터 실현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불교 내부의 문제를 불교권 안에서 해결하고, 불교의 독자적인 운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을 때에는 또다시 법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인식해야 한다.”

10·27법난 30주년을 맞아 조계종이 주최한 ‘10·27법난 30주년세미나’에서 김광식 교수는 “법난으로 인한 불명예를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불교 자주성’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10월 29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10·27법난의 역사적 교훈과 명예회복 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가 ‘10·27법난의 역사적 교훈과 사회적 과제’를, 문무왕 동국대 연구위원이 ‘10·27법난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방안과 법률의 개선방안 연구’를 발표했다.

김광식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10·27법난에서 교훈 찾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한데, 하나는 10·27법난 자체에서 벌어난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법난 이전과 이후의 역사적 맥락에서 거시적인 교훈을 찾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법난 그 자체에서만 교훈을 찾으려는 경향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법난이 재발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여섯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불교와 종단의 문제를 불교 외부 특히 정치권으로 가져가서 해결하려는 관행을 극복할 것 △불교 내부 문제는 불교권 안에서 해결돼야 할 것 △불교 고유의 전통을 회복하고 독자적인 운영의 틀을 만들 것 △승려, 승가, 종단의 수행풍토가 토착화되고 승단의 청정성이 제고돼야 할 것 △종단 및 사찰 운영에 재가신자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 △종단(총무원)이 견고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것 등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10·27법난 역사교육관 건립에 있어서 호국불교 문제를 다시한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간 호국불교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활용되었는데, 호국불교의 개념이 법난을 겪으면서 불교도들로부터 서서히 배척을 받아왔다”며 “그런데 호국불교의 긍정성에 대한 재인식이 없다면 조계종단이 한국 역사와 문화의 주역이었다는 설명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 동시에 법난 역사교육관의 내용과 기획 또한 그 근본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만약 건물만 짓는 불사에만 매진한다면 그에 대한 비판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며, 법난 연구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수집, 10·27법난 연구소 건립과 더불어 불교적 실천사상이 수반되지 않을 때에는 진정한 법난의 극복, 법난의 역사성은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10·27법난 명예회복 및 피해 보상방안과 법률의 개선방안 연구’를 발표한 문무왕 연구원은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 회복 등에 관한 법률은 여타 과거사 관련법들과 다른 인식의 토대위에 구성돼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이 간과되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문 연구원은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명예회복, 보상, 재단 설립 등 여러 내용들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며 “법률에 나와있는 역사교육관 건립의 조속한 집행, 정부 지원 하의 재단 및 연구소를 통해 연구, 교육, 홍보의 지속적인 실시, 불교계 차원의 명예회복 방안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