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대종사가 오는 8월 24일(음력 7월 15일) 하안거(夏安居) 해제를 맞아 19일 법어를 내리고 대중들의 끊임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법전 대종사는 하안거 해제법어를 통해 남양혜충국사와 시자인 응진탐원스님의 일화를 예로 들며 “한 번만 부르고 한 번만 대꾸해도 좋을 것인데 (남양혜충국사와 시자인 응진탐원스님이) 세 번 부르고 세 번 대꾸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라는 화두를 내렸다.
법전 대종는 “하안거 해제 대중은 누가 잘못되었는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조용히 놓아두고 살펴보기만 하십시오. 대신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제멋대로 답을 다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라며 “그리고 모든 답에 아랑곳 하지 말고 해제 후 길거리에서도 그저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른 뜻’을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란다”며 지속적인 화두 참구를 강조했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전국 선원의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경인년 하안거선사방함록(庚寅年 夏安居 禪社芳啣錄)>에 의하면 전국 104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61곳, 비구니선원 38곳)에서 총 2257명(비구 1182명, 비구니 864명, 총림 204명)의 대중이 용맹 정진한 것으로 집계 되었다.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안거는 산스크리트어 바르사바사(v rs v s )의 역어로, 인도의 우기(雨期)는 대략 4개월 가량인데, 그 중 3개월 동안 외출을 금하고 정사(精舍)나 동굴에서만 수행하였다. 우기에는 비 때문에 도보여행이 곤란하고, 또 초목과 벌레 등이 번성해지는 시기이므로 외출 중에 이들을 꺾거나 밟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기 중에는 지거수행(止居修行)을 하도록 규정한 것이 안거의 기원이다.
한국불교 안거수행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적인 대중 수행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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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4(2010)년 하안거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해제법어
국사가 시자를 세 번 부른 까닭은
남양혜충국사가 시자인 응진탐원(應眞耽源)스님을 불렀습니다.
“시자야!” 하고 세 번씩 시자를 불렀습니다.
시자는 당연히 세 번 모두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혜충국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와 나는 서로가 서로를 등지고 있구나.”
국사가 세 차례 모두 불렀고 시자는 세 차례 모두 대답했다고 한 것은 시자가 방에서 대답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사가 부르면 시자는 마땅히 달려와서 문 앞에 섰고, 국사가 고개를 끄덕이면 시자는 물러갔습니다. 국사가 다시 부르면 시자가 오고, 국사가 고개를 끄덕이면 다시 돌아가기를 이렇게 세 번 거듭한 것입니다 .
그런데 한 번만 부르고 한 번만 대꾸해도 좋을 것인데 세 번 부르고 세 번 대꾸한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세 번 모두 같은 소리이겠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세 번은 각기 다른 소리인 까닭입니다. 국시가 세 번 부른 뜻은 참으로 깊은 뜻이 있는 것입니다. 감히 더듬어서는 그 뜻을 찾을 길이 없는 도리입니다.
진리의 문호를 지키고자 한다면 맨발로 칼산지옥을 달려야 하는 법입니다. 모든 속박과 의지처를 벗어던지고 맨발과 맨몸만 남겨서 분별과 통하지 않는 이 공안과 대결해야만 합니다. 세 번 불렀는데 세 번 모두 못 알아 듣는다면 알기는 알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보다도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불렀는데 어디가 잘못된 것입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시자가 세 번 대꾸했는데 어디가 잘못된 것입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국사와 시자가 모두 잘못된 것입니까?
하안거 해제 대중은 누가 잘못되었는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조용히 놓아두고 살펴보기만 하십시오.
대신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제멋대로 답을 다투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그리고 모든 답에 아랑곳 하지 말고 해제 후 길거리에서도 그저 ‘국사가 세 번 시자를 부른 뜻’을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화락유수오고여(花落流水吾辜汝)요
명월청풍여부오(明月淸風汝負吾)로다
꽃 피고 물 흐르니 내가 그대를 저버리고
달 밝고 물 맑으니 그대가 나를 저버린다.
2554(2010)년 하안거 해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