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이진두 선생이 창원 성주사 어린이보리수학교 여름캠프를 지켜보고, 느낀 소회를 <미디어붓다>에 보내왔다. 평소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민해왔던 이진두 선생은 어린이보리수학교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어린이 포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기고가 어린이포교 활성화에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어린이는 성장하여야 합니다.
어린이는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어린이는 가지는 것보다는 나누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어린이는 꿈을 가지고, 나누는 아름다움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성장해야 합니다.
불모산 성주사는 늘 이런 어린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꿈과 나눔,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그런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올해 24회 성주사 어린이보리수학교의 문을 활짝 엽니다. 두드리지 말고 천천히 오세요.
부처님은 늘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에게서 자신과 똑같은 부처님을 발견합니다.
재미와 기쁨이 있는 부처님의 만남에 어린이를 초대합니다.
경남 창원시 불모산 성주사가 올들어 24회째 어린이보리수학교를 ‘부처님 세상, 자연과 함께 해요’라는 타이틀로 열면서 참가 어린이 모집 안내문을 이렇게 썼다.
성주사는 매년 여름 어린이 캠프인 ‘어린이보리수학교’를 열고 있다. 올해 25년째다. 지난해에는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갖지 못했다. 그래서 횟수로는 24회가 된다.
참가 안내문에 있는 글을 더 보자.
회비는 2박3일에 3만5천원이다. 교재비, 단체T, 기념품, 식대, 교육비, 사진비가 포함돼 있다. 준비물은 쌀 1되, 필기구, 여벌 옷, 센달, 색연필, 사인펜, 세면도구, 돋보기 또는 루페, 이불, 집주소를 적은 편지봉투(우표부착), 4∼6학년은 긴팔 옷, 운동화, 체육복, 긴바지이다.
캠프 내용은 부처님 이야기, 부천미 세상(사경, 108배, 탑돌이 등), 삼보일배, 참선 및 선체조, 숲체험, 발우공양, 자연학습과 명상, 화톳불놀이, 차(茶) 이야기, 차밭체험, 차마시기, 물놀이, 수계식 등이다.
그리고 보조교사도 모집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하고 어린이 10명에 보조교사 1명씩 담당토록 했다.
여러 절에서 여름캠프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열고 있는 데 하필이면 성주사 어린이 캠프 안내를 시시콜콜히 늘어놓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다.
첫째, 그 시행 햇수가 24년째 이어온다는 것이다. 둘째는 회비다. 운영진에게 물어보았다. 참가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한 회에 2박3일인데 1차에 3백25명, 2차에 3백10명이 신청했단다. 학년별로는 비교적 고르게 각 학년 50∼60명이었다.
그렇게 많은 학생이 신청했는데 회비만으로 적자가 아니냐니까 그렇단다.
따라서 경비는 회비마다 찬조금을 보태어 쓴단다. 한마디로 회비 받아 흑자운영으로 돈을 남기는 게 아니라는 거다.
세 번째는 어린이들을 배려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그러면서도 부처님과 친하게 하려는 의도로 짜여진 프로그램이다.
그 외 보리수학교 운영기간 동안 성주사 불모회 회원들의 밥 짓고 찬 만들고 하는 봉사활동이다.
이처럼 크게 4가지 이유를 들어서 나는 왜 그 절 행사를 주절주절 늘어놓느냐는 항의가 있다면 그에 대응하는 뜻에서 소개한 것이다.
불교 포교에서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은 말할 것 없다. 문제는 어떻게,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성주사처럼만 한다면 우리 불교의 어린이 포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싶다.
캠프 내용을 어떻게 진행시켰느냐에 대해서는 어린이를 보낸 부모님들께 캠프를 마치고 보내는 서한(편지글)에서 대강은 알아볼 수 있다.
그 전문을 옮겨본다.
ㅇㅇㅇ어린이의 부모님, 안녕하십니까?
녹음 짙은 7월에 매미소리 가득한 불모산 성주사에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진리를 배우는 체험을 했습니다.
이번 24회 보리수학교의 주제는 ‘부처님 세상, 자연과 함께 해요’입니다. 아름다운 성주사 숲에서 여러 곤충들과 이름 모르는 풀과 꽃들을 살펴보고 그 이름들을 알아가면서 자연에 대한 친근감과 소중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나아가 사람도 이들 자연의 풀, 꽃과 함께 지구의 한 구성원임을 일깨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 어린이들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자연에서 삶의 진리와 겸허함을 배우게 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주사 절에서 이른 새벽 5시에 일어나 얼른 세수하고 절 경내에서 법당까지 삼보일배를 통해 아픔의 고통을 이겨내는 인내를 배우게 했습니다.
새벽예불과 명상을 통해 가정에서 느끼지 못한 이른 새벽의 정취와 불자의 생활을 체험하게 했습니다.
또한 말없이 수행하는 묵언수행을 통해 ‘내 안의 나’를 더 굳건히 하는 2박3일이었습니다.
보리수학교 생활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서로 통하게 하고 명상하고 기도하면서 우리 어린이들은 많은 성장을 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24회를 맞이하는 동안 보리수학교에 많은 어린이가 참가하게 되고 또한 별탈없이 잘 끝나게 된 것은 여러 불자님 그리고 학부모님의 격려와 큰 관심 덕분입니다. 우선 지면을 통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리수학교 생활 동안 어린이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번 24회 보리수학교를 끝내고서 다시 되돌아보고 저희들이 자체 평가를 한 후에 이를 거울삼아 더 나은 보리수학교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리수학교로 만난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우리 성주사 보리수학교의 일정이나 학생들의 사찰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인터넷 카페도 운영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성주사 보리수학교 운영진 합장.
이로써 학교를 열기 전의 모집 안내문과 학교를 끝낸 후 인사문까지 길게 소개했다.
시종일관-시작과 끝이 한결같다-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우리 일상에서는 시작은 거창하나 끝은 흐지부지인 경우를 흔히 본다.
보리수학교를 운영하는 스님과 선생님 그리고 공양간을 책임진 어머니들이 끝난 후 ‘운영진’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를 보낸 학부모에게 이렇듯 자세하고 정중한 인사말을 드린다는 것은 다른 어린이캠프에서도 본받을 일이라 생각한다.
올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중에서도 주제로 내세운 자연학습에 대한 필자의 스케치를 예로 들면서 성주사 보리수학교 취재기를 마감하고자 한다.
숲 이야기, 숲 체험은 둘째 날 오후 1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어린이들에게는 각자에게 작은 수첩을 나눠주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었다. 이렇게 세 번을 접으니 그것을 펴면 8칸이 되었다.
작은 수첩 모양의 첫 장에는 ‘숲속의 비밀을 찾아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고, 어린이 이름과 날짜, 장소가 적혔다. 숲 이야기와 체험은 환경단체에서 지도선생님이 나와서 강의도 하고 성주사 숲 탐방 인솔도 했다.
수첩에는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가 본 곳을 그려 보세요’, ‘내가 찾은 숲의 비밀은?’, ‘숲에게 보내는 편지’, ‘나뭇잎 열매’ 등으로 각각의 칸에 글·그림을 넣게 했다.
어린이들은 숲길을 지도마냥 그려 넣고 열매와 나뭇잎을 그렸다. ‘숲에게 보내는 편지’에 한 어린이는 이렇게 썼다.
“안녕! 숲아. 나는 ㅇㅇ이야. 너는 정말 정말 아름답구나. 이렇게 주욱 아름답게 해줘. 안녕! 2010년 7월 24일 토요일 -ㅇㅇ-”
‘내가 찾은 숲의 비밀은?’ 칸에 이 학생은 “여러 가지 식물이랑 곤충을 많이 보았는데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이 어린이의 숲속체험 노트(작은 수첩)을 보면 어린이는 역시 어린이구나, 그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찰여름캠프는 그 대상이 어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겠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른의 생각, 어른의 행동이 아닌, 어린이 생각, 어린이 행동이라야 어린이와 함께 할 수 있고 어린이들의 호응을 얻는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했다.
덧붙여 이번 성주사 어린이보리수학교를 보면서 우리 어른들이, 우리 스님들이 얼마나 어린이를 위하고 어린이에게 불심을 심어주고 절과 친하게 하려고 마음 쓰는가를 알 수 있었다. 성주사 이외에도 이미 여러 절, 여러 어린이지도단체, 지도 선생님들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진두 선생은?
대불련 출신 언론인으로, 부산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진두 선생은 부산일보 문화부 재직시 삼광 한글 학술상 제정을 발의해 실현했고, 한글 관계 기사 및 논설 등을 게재하는 불교 용어의 한글화에 기여해 제17회 삼광한글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불교신문 논설위원을 역임해 격조 높은 칼럼으로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