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를 포교승과 수도승으로 구분해, 포교승의 경우 대처와 육식을 허용해야 한다. 고기 안먹고 술 안마시면서 대중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부처님 말씀의 실천이냐. 불교가 대중화되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승려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포교승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불교 교세는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청담, 성철 스님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만한 주장을 제기한 이는 바로 민족문제연구소 이이화 소장이다. 이 소장은 6월 28일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4회 불교사포럼에서 한국불교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비전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조계종사 편찬을 위한 불교사포럼의 네 번째 강연자로 초청된 이이화 소장은 “불교는 융통성이 아주 많은 종교”라며 “수도승들도 분명 있어야 하고, 이들은 당연히 순수한 영역에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변화된 세상이 포교승들을 요구하고 있고, 이들 또한 세상과 단절된 별개의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나는 불교, 유교, 도교를 설명할 때 이런 비유를 자주 든다”며 “아이가 우물로 기어가고 있으면 공자는 ‘거기로 계속 가면 빠져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부처님은 ‘여기로 오면 사탕을 주겠다’고 유혹을 하고, 노자는 ‘죽든지 살든지 그것도 지 팔자’라고 내버려 둔다. 사탕이 곧 방편이고, 그것을 통해 진리를 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융통성”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이화 소장은 포교승 제도 외에도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들을 다양하게 전개했다.

이 소장은 “불교 내부의 개혁적으로 우선 비구니 대우가 개선돼야 한다”며 “비구니가 종정 또는 총무원장, 본사 주지가 되는 길을 종법으로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사찰 건축불사 남발 시급히 개선돼야”

이 소장은 또 한국불교가 개선해야 될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건축불사의 남발을 꼽았다.

“전통사찰에서 건축불사가 남발되고 있다. 금산사의 경우 분지에 대웅전과 요사 등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었는데, 대웅전 오른쪽에 강원을 지어 이 공간을 훼손했다. 요즘에는 업적주의가 만연해서, 어느 주지가 뭐 지어놓고 갔다는 후문을 꼭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야외 불상의 조성을 줄여야 한다. 과거에는 저 멀리서도 보이는 대형불상의 위엄을 통해 민중 심리를 자극할 필요가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낭비에 불과한 부질없는 짓이다. 지금 시대에 동양 최대가 왜 필요한가. 그 작품이 미적으로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곁들여져야 그것이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 불교계는 세계 최대, 동양최대에 너무 집착한다. 사찰의 재정정책도 반드시 개선해야 될 부분이다. 현대의 예산 회계에 따르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관리는 개신교처럼 신도회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신도들은 마음 놓고 사찰에 재산을 헌납하거나 보시에 동참할 것이다. 모든 사찰운용의 기본은 스님들이 하더라도 신도들의 감시자 역할 또한 중요하다.”

“방생법회는 반드시 중지돼야 마땅”

이 소장은 이어 “스님들이 방생법회는 반드시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래종들을 마구 잡이로 풀어놓음으로써 오히려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 소장은 “불살생계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는 생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생물들을 죽이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불교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가감없이 던진 이 소장은 “내가 불교계를 비판을 많이 해서 심기가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비판은 진심으로 불교를 아끼는 애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자신의 불교인연을 잠시 이야기 했다.

“내 아버님은 주역을 공부한 분으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산속에 데리고 다녔다. 낮에는 글을 가르치고, 밤에는 눈을 감고 관세음보살을 계속 외우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유학자이면서도, 유불선 합일사상을 신념처럼 갖고 있었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젊었을 때부터 불교가 참 좋았다. 한때 불교시보 기자로 근무하면서 여러 스님들을 만났는데 광덕스님 그리고 비구니 광우 스님으로부터 불교를 배우기도 했다. 불교를 참 좋아해서 20대 후반에는 중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모 스님을 찾아갔다. 그때 마침 그 스님이 총무에게 돈 문제로 야단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나 닦아세우는지, 저런 인격 밑에서 중노릇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 출가를 포기하고 내려왔다. 스님이 되지 못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내가 말이 너무 많아서이다. 스님이 되면 묵언을 해야 하고, 묵언하려면 수양이 돼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가 말이 많다. 또 한가지 큰 이유는 술을 너무 좋아해서이다. 술을 끊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산사에 조금 있다가 바깥에서 한잔 싶어 나와 버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재가자로 살아오면서 바깥에 비친 불교의 모습에 때론 실망도 하고 때론 화도 나지만 그럼에도 너무도 소중한 존재가 불교라고 항상 생각해오고 있다.”

“불교는 민족문화에 지대한 기여한 민족종교”

이 소장은 이어 “불교는 우리 민족문화에 지대한 기여를 한 민족종교”라며 “고대에 있어서 불교가 기여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살생의 정신에 따라 순장이 없어진 것”이라고 꼽았다. 이 소장은 “중국에서도 15~6세기까지 순장이 이어졌고 황제 죽었을 때 젊은 궁녀들을 껴묻은 증거들이 무덤에서 나오고 있는 반면, 한반도에서는 이미 삼국시대에 순장을 없앴던 것은 불교의 유입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또 “불교야말로 한국인권사에 큰 기여를 한 사상”이라며 “삼국시대 왕들은 자신이 부처인양 자비를 보여주는 시책들 많이 보여주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쟁이 끝나자 무기들을 녹여 농기구로 만든 것이다. 이런 정치적인 교화의 모습이 불교의 전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불교는 융통성이 아주 많은 종교이므로, 오늘날의 한국불교도 융통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산 속에서 평생토록 선 수행하는 이들은 불교의 세속화를 자제하는 본보기로, 분명히 있어야 하고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승이 아닌 다른 승려들은 현대화된 사회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고기 안먹고 술 안먹고 사회에 대중에 도움 아무것도 안주면 그것이 부처님 말씀 실천이냐. 금불상 조성 한다고 극락왕생 하냐”고 반문하면서 “불교의 근본은 중생제도, 자비의 실천인 만큼 사회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실천이 따라야 한국불교의 미래가 밝다. 그 대표적인 것이 평화운동과 인권운동”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오늘날 종교간, 지역간, 민족간 갈등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집단으로 불교는 교리로 보나 전통으로 보나 어느 종교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불교가 세계 평화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또 “불교는 역사적으로 볼 때도 한국인권사에 지대한 기여를 했고, 이같은 전통은 오늘날까지 계속돼야 한다”며 “불교가 인권운동에 나서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권운동이야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는 실천운동”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한국불교가 평화운동, 인권운동에 앞장선다면 한국불교의 위상은 미래 사회에 활짝 열릴 것이요, 역사적․종교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