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스님 소신공양의 큰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1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문수 스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 앞장 설 것을 천명했다.

이 자리에서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추모의 말을 통해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생명의 문제를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종교계, 특히 스님이 소속된 대한불교조계종의 사부대중에게 큰 죽비를 내린 것”이라며 “스님의 소신공양은 제게도 더 위선을 떨지 말고, 이제 정말 큰 결단을 내려라, 행동에 옮겨라, 생각과 말만으로 폼만 잡지 말고, 정말 이 문제에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수경 스님은 이어 “저도 이제 큰 고민을 해야할 때가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한다”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애도문 낭독을 불교미래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에게 넘겼다.

문수스님이 중앙승가대학 지도를 했던 유승무 교수(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는 “문수 스님에게 사회정의와 실천을 강의했던 사람으로서 막상 스님의 소신공양 소식을 접하니 말문이 막히고 슬픔과 동시에 착잡함을 느낀다”며 “스님은 학창시절부터 옳다고 생각한 것은 주저없이 실천에 옮겼던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소개했다. 총학생회장 시절, 학교측의 잘못된 학사행정에 항의해 총장실을 점거하고 폐쇄했던 유일한 스님었다고 회고한 유 교수는 “그러나 스님은 세상에 나서거나 당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던 분이며, 중앙승가대학이 김포로 이전해 공사를 하는 동안 내내 홀로 공사현장을 지키며 학교설립에 보이지 않게 헌신했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또한 스님은 총학생회장 시절 엄정한 성정으로 후배스님들이 가장 어렵게 여겼던 분이기도 했지만, 축구를 하다가 다친 내게 졸업때까지 건강하시라며 선운사 복분자를 잊지 않고 보내주셨던 다감한 성품의 소유자이기도 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교수는 “문수 스님께서 부처님 전에 당신을 소신공양하신 뜻은 오직 온 중생들의 생명을 살리는데 바쳐져야 한다”며 “문수 스님의 희생이 4대강 공사로 파괴되는 모든 생명을 살리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에 온전히 쓰여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웅기 재가연대 사무총장은 향후 장례일정과 관련해 중앙승가대학(동문회)과 조계종 총무원, 스님이 주석했던 지보사와 동기스님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유가족이 협의해 일정을 잡겠다면서, 스님께서 당신의 소신공양을 인적이 드문 낙동강 지류에서 결행한 뜻은 이슈화를 바라지 않고 그 뜻만을 널리 알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장의위원회는 불교계 내부로 국한해 구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례는 5일장으로 봉행할 것이며, 전국 주요사찰에 분향소 설치를 추진하고, 49재나 천도재 등 추후 절차는 조계종의 유명한 스님들이 입적했을 때의 의전을 기준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계사 내의 현 서울한강선원에 상황실을 설치해 추후 일정을 관리할 것이며, 스님의 법구는 조만간 서울 조계사로 운구해 여법한 장례를 치를 예정으로 있으며,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불교미래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이 낭독한 애도문을 통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라며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싯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다”며 “보살의 삶을 서원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의 비원으로 함께 받으소서,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라고 발원했다.

시종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스님의 숭고한 소신공양을 기억하려는 많은 사부대중들이 모여들었다. 한 보살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슬픔을 가누지 못해 통곡을 하기도 했다.

이날 기회회견에는 수경스님, 진관스님, 법안스님, 지관스님, 금강스님, 성태용 교수, 김희욱 전교단자정센터장, 정웅정 대한불교청년회 회장, 류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이도흠 한양대 교수, 정웅정 재가연대 사무총장 등이 참가했다.

다음은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의 애도문 전문이다.

애도문-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지혜와 자비 구족하신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옵니다. 부처님, 풀벌레가 눈을 감고 새들이 떠난 강 위에 우리는 또 다시 섰습니다. 마른 갈대를 좌대 삼아 홀연히 육신을 사른 한 수행자의 입적 앞에 가눌 수 없는 슬픔으로 섰습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참이나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인적 없는 강변에서 스스로 몸을 사르시다니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니요.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았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입니까?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부처님, 문수스님이 남긴 이 짧고도 간절한 서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합니다. 아무리 당신께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의 고통과 기꺼이 바꾸라 가르치셨다지만, 그래도 어찌 이렇듯 황망하게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강의 생명들이 스러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대하는 것만도 괴로운데, 어찌 이렇듯 처연하게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입니다.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삶을 서원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들의 비원(悲願)을 함께 받으소서.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 2010. 6. 1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