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다도법이 차의 본고장 중국에서도 주목받았다. 올해로 9회를 맞는 팔대처 중국원림차문화제를 통해서다.

한국 천태종(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국 베이징 영광사에서 열린 제9회 팔대처 중국원림차문화제(이하 차문화제)에 참가해 고려황실 다례 시연 및 한국 전통음식 체험관을 운영해 중국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팔대처 차문화제는 차문화 보급 및 확산을 목적으로 매년 4월 영광사를 주 무대로 열리며, 복건ㆍ절강ㆍ호북 등 대표적인 차 생산지역이 적극 동참하는 주요행사다. 한국 천태종의 각종 시연은 팔대처원림관리국의 공식 요청으로 이뤄졌다.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차문화제 개막식에서 “차는 삼황오제 중 염제신농씨가 처음 음다(飮茶)한 이래 동양 각국에 전파돼 독특한 차 문화를 형성했으며, 오늘날에는 세계인 모두가 애음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차 문화제는 각 지역의 문화예술이 한 자리에 모여 너와 나라는 구분을 없애고 우리라는 동질감을 갖도록 해 동체대비사상이 실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축사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유인물을 통해 “중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이제 인간의 다양한 활동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아시아 각국의 문화교류가 촉진되고 갖가지 현대병으로 고통을 겪는 세계인들이 건강한 참살이(웰빙)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활발한 양국 차문화 교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막식에서 세운 스님(천태차문화보존회 회장, 천태종 교육부장)은 한국 전통 제다(製茶)법을 선보였으며, 천태다도대학원생 10여 명은 고려 황실이 연등회(음력 2월 15일) 및 팔관회(음력 11월 15일 전후 3일) 때 행하던 진다의식(進茶儀式)을 시연했다. 특히 이날 시연된 고려 진다의식은 연등회 행사 중 임금이 태자, 신하들과 차 등을 함께 나누며 꽃ㆍ봉약ㆍ과실 등을 하사하는 연회의식인 대회일(2일에 걸친 행사 중 마지막 날. 첫째 날은 왕의 조진배알의식이다) 행사의 일부로 불교의식인 바라춤ㆍ나비춤ㆍ법고춤 등이 함께 어우러져 참석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불교의식은 천태범음범패보존연구회 스님들이 담당했다.

천태종은 이번 차문화제에서 다도시연 외에도 998명분의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전통 한옥 양식의 부스를 마련해 한국차 시음은 물론 김치ㆍ김밥ㆍ떡볶이ㆍ인절미 만들기(떡메치기) 등 한국음식 체험 및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 이 부스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5월말까지 계속 운영되며 중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을 알리게 된다. 각종 음식문화와 더불어 베이징 주재 한국문화원 사물놀이팀이 풍물 공연을 한데 이어 이윤주 씨가 양금(洋琴)연주를 선보이는 등 한국 전통 음악도 어우러져 흥을 북돋았다.

한편 27일 차문화제 개막식에 이어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안한 영광사 불치사리탑에서는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차 공양을 올리는 제4회 춘다공불재승감로법회(春茶供佛齋僧甘露法會)가 진행됐다. 천태다도대학원 팀과 영광사 다도팀이 각 나라의 전통 방식으로 부처님과 스님에게 차를 공양하는 헌다의식을 시연했다.

천태종은 이번 행사 후 중국 영광사 및 팔대처원림관리국과 미비점 등을 논의ㆍ보완한 뒤 차문화제 참여를 정례화 해 차를 통한 한중 문화교류에 이바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