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 사후 사유재단을 종단 및 소속 사찰에 귀속시키는 승려사유재단 종단 출연 제도가 올해 8월부터 시행된다.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2월 23일 오전 11시 총무원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3월 승려분한신고 때부터 실시하려고 했던 승려사유재단 종단출연 제도를 올해 8월 하안거 이후로 연기하며, 승려의 사유재단을 종단에 귀속하려 했던 내용을 종단 혹은 문중, 소속사찰 등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승려사유재단 종단출연은 2007년 9월에 제정된 조계종 승려법에 명시된 것으로, 승려법 제30조 2항에는 승려의 개인 재산은 당 승려가 환속, 제적, 사망하였을 경우 종단에 귀속되며, 승려는 매5년마다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유언장을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담 스님은 “이 제도는 스님들의 입적 후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인데, 현재 갖고 있는 재산까지 모두 종단에 귀속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며 “이 제도에 대한 스님들의 이해 부족과 오해가 많아 충분한 홍보기간을 그친 후 올해 하안거 이후에 적용 시행하기로 오늘 종무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담 스님은 또 “상당수 스님들이 종단이 아닌 소속 사찰이나 본사 혹은 자신의 문중을 통해 상좌나 은사에게 재산이 상속되길 원하고 있어서, 종단뿐만 아니라 사찰이나 문중까지 상속 대상을 확대하는 법령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담 스님은 “지금까지 스님이 입적하면 남겨진 재산을 두고 사찰과 상좌, 속가 친인척들이 법적으로 다투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며 “승려법은 원래 모든 시주물이 삼보정재이고, 출가수행자의 기본정신을 살린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승려의 사유재산이 승가공동체로 상속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이 법은 승려들의 사후 사유재산을 종단에 귀속해 이를 승려 노후복지와 승려 교육기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단 설립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조계종은 10년마다 행하는 정기분한신고 기간을 이용하여 새로운 승려법을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을 1달 앞두고 스님들의 반발이 조계종 총무부로 거세게 몰려왔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수정안을 마련, 재산 귀속처를 종단에만 한정하지 않고 소속 본사, 사찰, 문중 등 복수의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계종 총무부 박종학 팀장은 스님들이 입적한 후 금융기관을 통해 계좌를 추적하고 국토해양부의 조상땅찾기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토지소유 내역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려 노후복지와 교육기금 마련을 위한 재단 설립을 하겠다는 본래 취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냐 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기획실 김영일 차장은 스님들의 재산 귀속처를 본사, 문중 등 다양한 곳으로 확대한 것이지, 재단을 설립해 노후복지 및 교육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본래 취지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재단 설립 또한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계종은 오는 3월 2일부터 열리는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승려법 제30조 2항을 재논의해 개정하게 예정이다.

3월 종회에서 승려법이 개정되면, 조계종 승려들은 하안거가 끝난 직후인 8월 25일부터 9월 24일까지 자필 유언장과 인감 날인 및 인감증명, 사인증여계약서 등을 조계종 총무부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