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경인년 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호랑이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호랑이 인문학자와 호랑이 생물학자의 만남’국제심포지엄을 12월 15일 오후 1시부터 대강당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관의 ‘호랑이, 산신령을 태우고 산을 호령하다’를 비롯하여 ‘백성을 위해 호랑이를 잡은 조선/ 김동진, 한국교원대학교’, ‘동북아시아 호랑이와 표범의 현황 Status of tigers and leopards in Northeast Asia/Dr. Dale Miquelle, 야동물보존협회 러시아 지부장’, ‘한반도의 호랑이는 왜 사라졌을까/ 엔도 키미오, 일본’,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 이항, 서울대학교’의 주제발표가 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 학제간 융합연구과제 ‘인간동물문화연구’의 일환으로 조직된 이 심포지엄엣 이항 교수와 김동진 교수는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호랑이와 인간은 서로 삶의 터전을 존중한 덕분에 평화관계를 유지했으나 조선시대 들어 호랑이 사냥이 빈번해지면서 호환(虎患)이 급증했다는 주장을 발표한다.

이 학설은 2010년 경인(庚寅)년 호랑이해를 앞두고 한반도 역사 속에서 인간과 호랑이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논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13일 미리 배포됐다.

이항 교수는 “고려 이전까지 한반도의 인간과 호랑이는 대체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다”며 “삼국과 고려 사회의 주류 사상은 짐승일지라도 까닭 없는 살생을 삼가는 불교였기에 인간과 호랑이가 서로 영역을 존중하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진 교수도 “실제 고려시대 지식인인 김부식과 이규보 등은 맹수를 쫓아내는 데는 찬성했지만, 적극적인 포획과 살상을 장려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의 발표문에 따르면 사람이 사는 곳에서 호랑이가 물러나게 되고, 사람이 떠나면 그곳에 호랑이가 와서 살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14세기 조선의 건국을 주도한 유학자들은 맹수인 호랑이를 포획하고 죽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사람과 호랑이의 평화관계가 적대적인 관계로 급변했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또 “조선인들은 농업중시 정책에 따라 대대적인 농지 개간을 추진하면서 호랑이의 주된 서식지였던 저습지가 수전(水田)으로 개발된 탓에 호환(虎患)이 크게 늘었다”며 “조선이 호랑이 포획을 전문으로 하는 군사조직인 착호군(捉虎軍)을 편성하는 등 체계적인 포호정책을 펼치면서 한반도의 호랑이는 급격히 줄었고 결국 20세기 초 일제의 해수구제 정책으로 명맥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또 “호랑이를 만난 백성의 행동도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내놨다. 조선 이전의 한반도인이 호랑이의 공격을 받으면 일행 중 한 명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거나 희생당한 가족의 복수도 포기하는 등 호환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지만, 조선 백성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호환에 맞섰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실례로 태종 13년(1379년) 경상도 안동에서 남편을 물고 달아나는 호랑이를 아내가 목궁(木弓)으로 때려 쫓았고, 세종 2년(1398년)에는 역시 안동에서 호랑이에게 물린 남편을 아내와 두 딸이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 살려낸 기록을 들었다.

이항 교수는 “우리는 지금 호랑이를 민족문화의 상징이자 생태계의 최고조절자로서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자연유산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지만, 조선과 일본강점기의 호랑이는 말 그대로 해수에 불과했다”고 전제하고 “조선의 포호정책이나 일제의 해수구제 정책을 반성은 할 수 있어도 일방적으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한반도에서 호랑이와 표범을 되살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심포지엄 외에도 ‘호랑이 띠 특별기획전시’를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0년 3월 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