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의 천박한 토건투기세력들과 막개발세력에게 주는 경고다. 이를 한국내 문화유산의 보전정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9월 28일 강성천 국회의원이 주최한 ‘세계문화유산 조선 왕릉의 바람직한 보존방안’ 학술포럼서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문화유산을 개발의 방해꾼으로 치부하는 풍조를 비판하고 조선왕릉 보존의 현실을 분석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는 문화경관적 관점에서 조선의 역사관, 인생관, 자연관, 문화관, 토목건축 등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여 마침내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서구문물이 도입되면서 우리의 역사문화경관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그 중에서 조선 왕릉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유네스코가 문제점을 시정토록 해 문화재청이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획일적으로 완충지역 몇m를 설정하고 완충지역을 벗어나면 문제가 없다거나 하는 등은 역사문화경관적 측면을 무시한 행위라는 것”이 황평우 위원장의 설명이다.

황평우 위원장은 또 “문화재청의 개선책에는 융릉의 원찰인 보덕사와 용주사가 핵심지역에 서 빠졌고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부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융건릉과 용주사는 한 사이트(유적)로 보아 관리해야 하는데도, 그 사이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은 있을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문화재청이 해온 일을 살펴보면 현재의 문화재청의 능력과 자세, 행태로는 세계유산 조선 왕릉의 온전한 보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황평우 위원장은 동구릉의 기운을 막아버리고 들어선 골프연습장, 서오릉을 잠식한 도로와 음식점 등 조선 왕릉의 현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황평우 위원장은 선사유적과 자연경관을 사라지게 한 한탄강댐을 묵인한 문화재전문가들, 화성 융건릉 근처에 아파트 공사를 허락해준 문화재전문가들, 종묘 앞에 155m건물 신축을 동의해준 세계문화유산전문가들 등 문화재전문가라고 자청하며 문화재 파괴에 동조하는 인사들에 대해서도 각성을 촉구했다.

“조선왕조에는 국가에서 임명한 관리에 의해 보존되었던 조선 왕릉의 경우 현재 최고 직책은 사무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황평우 위원장은 “조선왕릉 보존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관리 인력에 대한 처우와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포럼에서는 또 문화재보호법의 문제점과 융건릉 능력의 실태를 발표한 민학기 변호사는 “우리민족의 전통문화는 헌법이 보호하는 가치이지만 문화재보호법은 헌법적 가치의 보호를 위한 입법목적에 반한다”며 “현 문화재보호법 아래서는 어떤 경우에도 개발이 불가능한 절대적 보호범위가 없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학술포럼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 고흥길 문화관광위원장, 주호영 특임장관 등 인사와 500여명이 넘는 사부대중이 참가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의 보존방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