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칠한 매니큐어는 그 자체로 욕망의 표상이다. 현란하고 반짝이는, 천박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매니큐어를 소재로 부처를 그리는 스님이 있다.

무욕의 대상인 붓다를 욕망의 상징인 매니큐어로 그린다는 것이 얼핏 보면 모순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 만물 속에는 불성을 내포하고 있는 법이니까, 또 무엇으로 그리든 붓다의 한 단면일 수도 있을테니까.

붓다와 매니큐어를 결합시킨 주인공은 인사동의 사찰음식점 <산촌>의 대표인 정산 김연식 스님이다.

정산 스님이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 두 번째 개인전 ‘관조+명상’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일본 호류지의 유명한 보살상인 구세관음상과 구다라관음(백제관음)을 재구성하여 선보인다. 스님이 호류지를 방문했을 때 너무도 마음에 다가왔다는 두 작품은 모두 백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작품이다. 특히 구세관음상은 백제 위덕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하여 만든 작품으로, 일본에 선물로 보내진 것이다.

또한 성냥갑 1만개로 우주공간을 표현한 설치작품, 우주공간을 표현한 대작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스님이 왜 하필 매니큐어를 그림의 소재로 택한 것일까.

“평소 아끼던 도자기가 깨졌는데 이걸 어떻게 복원시켜볼까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생각난게 매니큐어였죠. 투명 매니큐어로 조각조각난 도자기를 붙이니까 감쪽같이 붙은 거에요. 그래서 매니큐어도 미술 소재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는,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어요. 기가 막힌 그림이 나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접시에 혹은 제라믹 타일에 그렸어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서 고민하던 차 건축박람회에서 알미늄 패널을 발견했어요. 그 후로는 알미튬 패널을 그림판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죠. 이번에는 코팅을 입은 성냥갑도 이용했어요.”

스님의 매니큐어 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현재 시종에 나와있는 매니큐어가 거의 600종이에요. 그런데 그 색 하나하나가 패션이죠. 화장품 회사에서는 여자들의 마음을 매혹시킬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색을 매니큐어로 만들어내 그것을 유행시키죠. 매니큐어의 색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는 것이죠.”

스님은 나아가 “매니큐어 그림이 생활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니큐어는 가장 그림을 그리기 쉬운 소재에요. 나는 매니큐어 그림이 생활화됐으면 좋겠어요. 매니큐어에는 기본적으로 이미 붓이 딸려 있잖아요. 이 붓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그림을 그리다보면 그 자체가 생활예술이 아니겠어요.”

열다섯에 출가를 하여 사찰음식을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이제는 매니큐어 붓다를 선보이는 정산 스님의 매니큐어 속 붓다는 9월 23일 오후 5시부터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