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태고종 총무원장에 인공 스님이 당선됐다. 태고종 중앙종회는 오늘(9월 22일) 오전 총무원장 선출을 위한 제100회 임시중앙종회를 열고, 선거권자인 중앙종회 의원 48명이 참가한 가운데 투표를 실시해 25표를 획득한 기호 3번 인공 후보를 당선시켰다. 인공 스님과 함께 총무원장에 출마했던 대은 스님은 7표, 지허 스님은 16표를 각각 얻었다. 기호 4번 도산 스님은 투표에 앞서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선거관리위원장 보경 스님은 개표 직후 당선이 확인되자 즉시 총무원장 당선증을 인공 스님에게 전달했다. 또한 함께 경쟁했던 대은 스님과 지허 스님이 인공 당선자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함으로써 인공 총무원장 집행부는 일단 화합 분위기 속에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당초 박빙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선거에서 인공 스님이 과반수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함에 따라 태고종은 이전 총무원장 체제에서 큰 변화 없이 지난 2년여 간의 혼란을 수습하고, 중앙종무기관 정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총무원장에 당선된 인공 스님은 당선인사에서 “봉원사 부채 문제 해결, 실추된 태고종의 위상 회복이 저를 선택해준 종도들의 뜻으로 안다”며 “혼란스런 종단을 안정시키고 도약의 초석을 마련하라는 종도들의 명령을 혼신을 다해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인공 스님은 중앙종회 종료 직후 총무원장 가진 당선자 기자회견에서 “태고종이 현재 처한 현실이 참으로 비참하다”며 “태고종이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전임 원장의 책임도 있고, 책임을 물었던 사람들의 책임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태고종의 현실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매우 지쳐 있는 상태”라고 표현한 인공 당선자 스님은 “나이로 보나 나는 총무원장에서 왕성하게 일할 입장이 아닌데도, 종도들이 선택해 준 것은 경륜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마지막으로 종단의 수습과 안정,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곧 부원장 3인을 선임해 부원장들과 함께 집행부 인선에 나설 것이며, 집행부 인선은 10월 10일 안팎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공 당선자 스님은 새 집행부의 인물은 가급적 전임 원장 시절에 일했던 분들이 아닌 신선하고 새로운 분들 중에서 모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인공 스님은 언론의 중요성을 이번 선거를 통해 잘 알게 되었다면서 쓰러져 있는 태고종이 다시금 일어서려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언론에서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설> 인공 스님의 압도적 승리는 당초 박빙이 점쳐졌던 예상을 뒤집는 것이었다. 당초 이번 선거의 당선권은 최하 17표에서 최고 20표 정도로 예측한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따라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패했는데도, 인공 스님의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접전이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선거 하루 전에는 지허 스님 쪽에서 ‘전세를 뒤집었다’는 자체 분석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퍼지면서 외려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 인공 스님과 지허 스님이 한 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접전을 벌이고 있고 지허 스님의 역전 승리 가능성이 종단 안팎에 나돌면서, 대은 후보 쪽으로 분류됐던 일부 표와 유동표들이 인공 스님에게로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보우승가회 등이 밀고 있는 지허 스님이 당선 될 경우 종단이 또 다시 혼란상황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일반의 우려가 인공 스님으로 표가 쏠리게 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모든 후보가 이번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고, 태고종 역사상 가장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선거라는 데 이론이 없다. 또한 인공 당선자가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함으로써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법적 시비의 소지를 없앤 것도 향후 종단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단초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인공 스님을 중심으로 한 총무원집행부 앞에는 어수선한 종단의 분위기를 정돈하고, 봉원사 문제와 선암사 문제 등의 해결,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누더기 종헌종법의 재제정 수준의 정비, 심화될 대로 심화된 종도간 반목과 갈등을 수습하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과반 이상 득표라는 압도적 승리로 안정적 출발을 한 인공 집행부가 태고종의 화합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의 행보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