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이 위기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용맹정진의 열기가 이렇게 활발발한데 위기라니 어불성설입니다. 간화선을 부정하는 것은 곧 불교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이 간화선 위기론에 일침을 가했다.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 부설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 초청으로 9월 9일 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신심명>을 강의한 혜국 스님은 “출가할 때만 해도 전국에 수좌는 몇 백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000이 넘는 납자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다”며 “간화선이 위기라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혜국 스님은 또 “조선 억불의 시기에서도 불교가 생명을 이어온 것은 간화선 수행을 면면히 지켜온 선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지금 여기 불교가 있는데 간화선이 위기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간화선의 위기, 불교의 위기는 학문적인 면에서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 혜국 스님은 “학문의 위기라고 해도 지식과 기억에 기반을 둔 서양학문의 입장일 뿐 체험의 학문으로 본다면 위기라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선어록의 백미라고 불리는 <신심명>강의에 앞서 간화선 위기론을 단번에 잘라낸 혜국 스님의 일갈에 강좌를 듣기위해 국제회의장을 찾은 불자들은 눈이 번쩍 뜨였다.

혜국 스님은 “간화선이란, 화두란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보이신 이래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며 “대혜 스님이 정형화했을 뿐 정형화 했던 하지 않았던 화두는 화두”라고 말했다. 이어 혜국 스님은 “<신심명>은 깨달은 사람의 언어이기에 보통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영어를 모르는 이에게 영어를 말하면 알아듣기 힘든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혜국 스님은 또 “성철 스님은 깨달음의 즐거움을 가장 아름다운 문자로 표현한 것이 바로 신심명이라 극찬했다”며 “깨달음의 언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혜국 스님의 모습에서는 걱정보다는 결연한 의지가 더욱 빛을 발했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신심명>의 첫 구절을 읽어 보인 혜국 스님은 “지도(至道)란 지극한 도, 완전한 도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해서 불완전한 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며 “도는 그대로 도일뿐 지극한 도라는 말에 빠지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라고 일렀다.

“지도 두 글자만 풀어놓고 보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설한 혜국 스님은 “태양은 키 큰 이에게나 키 작은 이에게나 평등하게 비추듯이 도(道)가 그러하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혜국 스님은 또 “도는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사실 쉽지만은 않다”며 “말만 듣고도 바로 깨닫는 이가 있다면 모를까 깨달음은 수행을 통한 체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증득이 중요함을 설명하기 위해 혜국 스님은 과거 태백산 도솔암에서 수행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혜국 스님은 도솔암에서 생식을 하며 수행했는데 어느 날 산에서 먹음직스러운 풀을 보고 뜯어 먹었다. 그랬더니 혀가 갈라지고 몸이 굳기 시작했는데 문득 “한 목에 넘길 줄 알아야한다”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그 생각대로 풀을 꿀꺽 삼키는 순간 기억이 없어졌다는 혜국 스님은 눈을 뜨자 자신과 꼭 닮은 스님을 누군가 업고 뛰어가는 광경을 보고 기이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들을 따라 병원까지 간 혜국 스님은 너무도 신기해 자신과 닮은 스님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며 일어나시라고 몸을 만지는 순간 그 스님에게 자신이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혜국 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은 독초를 먹고 죽었다 살아난 것으로 자신의 눈앞에 보인 것은 죽은 몸뚱이였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혜국 스님은 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으로 깨달았고 본체를 찾기 위해 더욱 정진했다고 한다.

혜국 스님의 수행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진리를 구하고자하는 스님의 간절함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혜국 스님의 수행 과정은 그대로 불교였고 간화선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수행담을 필두로 신심명 강의를 시작한 혜국 스님은 “첫 구절 나가는 일만 잘하면 뒷일은 걱정이 덜하다”며 “신심명은 한 구절 한 구절에 생명을 바쳐도 좋을만큼 간절한 깨달음의 편지이니 앞으로 치열하게 감사하며 살아가자”고 다음 강의를 약속했다.

이날 강의장을 가득 메운 100여명의 불자들도 다음을 기약하며 박수로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선사를 통해 불교와 간화선의 진수를 맛보는 시간이 될 혜국 스님의 신심명 강의는 총 10강으로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후 7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강의는 제1강으로 입재식과 함께 진행됐다. 2강부터는 스님의 법문과 더불어 문답시간도 함께 진행된다.

결제기간에는 강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스님의 사정에 따라 일정은 조정될 수 있다. 문의 : 불교인재원, 02)735-2428

*혜국 스님은?

강좌를 맡은 혜국 스님은 일생을 참선 정진만 해 온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으로 현재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 선원장과 전국선원수좌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조계종에서 펴낸 간화선 수행지침서인『간화선』편찬위원장을 맡아 간화선 대중화에 기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