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 시인 10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전남 곡성 태안사 경내에 지어진 조태일 시문학관에서 9월 5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반역의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힘찬 언어와 거대한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시대에 침묵하지 않았던 조 시인의 비유와 은어로 넘나들었던 직설의 언어를 만날 수 있는 기념행사가 마련돼 있다. 행사의 주제는 ‘새 숨결이 열리도록’이다.

타계한 지 10주기를 맞는 조태일 시인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곡필과 곡학이 판을 치는 암담한 시대상황도 상황이지만, 시인이 여리디 여린 맘, 엄격함으로 자신을 다스리며 간절히 바랐던 세상, 자유와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다시 한 번 소리높여 불러야 하는 기구한 이 땅의 시절인연 때문이다.

곡성군과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사실상 조 시인과 생사의 구분을 넘어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의 굿판이다. 극락이든, 도솔천이든 어딘가에서 이 땅을 온몸으로 노래하고 있을 조 시인과 한 바탕 노는 마당이다. 그날 아마 그는 가장 촌놈같은 모습으로 산에 오르고 담배를 피우다 비벼 끈 절반의 꽁초를 그의 주머니에서 꺼내 불을 붙여 물고 나타날 지도 모른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임을 확인시키면서.

5일 10주기 추모의 자리는 이동순 전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에 의해 4권으로 묶여진 조태일 문학전집(창비) 출판을 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창비의 편집인인 백낙청 선생이 조태일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자 부인인 진정순 선생님께 문학전집 증정식을 갖는다. 뿐만이 아니다. 한보리씨가 조태일 시인의 시 십여 편에 곡을 붙여 음반을 제작해 발표공연을 하는 순서도 마련돼 있다.

홍윤진의 국악연주, 김준태 시인의 추모시 낭송, 추모시 노래, 도종환, 나희덕 시인의 조태일 시 낭송에 이어 조 시인의 제자인 양인숙, 이성자, 강희진 시인이 스승의 시를 낭송한다. 섬진강 도깨비 마을 어린이들의 합창과 추모춤(살풀이), 고광영 등의 색소폰 연주 등이 이어진다.

또한 고암 정병례 선생이 정성껏 만든 새김아트가 진정순 선생님께 전달된다. 이 작품은 조태일 시인의 얼굴과 시를 돌의 4면에 새긴 전각작품이다.

이날 이 자리에는 백낙청, 신경림, 염무웅, 구중서, 박석무, 이시영, 김준태, 도종환 선생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조태일 시인과 함께 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정을 나누고 시를 읊어 조태일 시인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우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 조태일 시인의 부인인 진정순 선생님은 교육에 평생을 바친 교육자로 불자교육자연합모임인 부루나의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역삼청소년수련관 관장을 맡아 반석위에 올려놓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