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따와나 수행공동체는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하지만 남방의 수행법만을 강조하기 위해 이 수행공간을 연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간화선과 위빠사나, 사마타, 티벳불교를 이곳에서 함께 공부해나갈 것입니다. 남방과 북방의 수행법은 서로 소통하고 열린 자세로 통합할 때 더욱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화합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저희 선원이 지향하는 행복의 길이기도 합니다.”
제따와나 초기불교 선원이 개원하던 날인 6월 28일 선원장 일묵 스님은 인사말에서 ‘행복의 길’을 이야기했다.
일묵 스님은 일반인들에게는 ‘서울대생 7명의 출가사건’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스님은 서울대 수학과 재학 시절 서울대 불교학생동아리 '선우회' 회장으로 활동하다 1996년 수학과 박사과정 중에 출가했다. 이후 같은 동아리 학생 6명이 잇따라 출가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해인사 백련암에서 원택 스님을 스승으로 출가한 스님은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고 봉암사 등에서 참선수행한 후 2005년 미얀마의 파옥 국제명상센터에서 3년간 위빠사나 수행을 공부했다.
스님은 이후 국내에 들어온 뒤 수행공동체 제따와나를 결성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장 구병수 교수, 미래정신과의원 서동혁 원장, 위빠사나 수행자 김열권 씨, 서울불교대학원대 조옥경 교수가 제따와나의 초기 멤버들이다.
일묵 스님은 “작년 11월 미얀마 파옥센터의 선원장인 파옥 스님을 국내에 모시고 한 달간 집중수련을 했는데 수련 후에 모임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았고, 물리적 공간의 필요성도 느꼈다”며 “이에 공감한 여러분들이 노력해서 이렇게 선원을 개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묵 스님은 “우리가 행복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대립과 갈등구조에서 좀 멀어져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고, 열린 자세로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지향해야 한다”며 “이는 여러 전통의 수행법을 받아들일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님은 “일부에서는 다른 전통의 불교를 배척하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의 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것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제따와나’란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세운 절인 기원정사를 빨리어로 표현한 것이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과 마음을 닦고 익히고 배운다는 의미에서 제따와나 초기불교 선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제따와나 선원은 7호선 내방역 부근에 위치해 있다. 내방역에서 내려 약 10여분을 걸어올라가면 나지막한 산이 보이는데, 산 바로 아랫집이 제따와나 선원이다. 선원에 들어서면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선원에 앉으면 산등성이의 숲들이 창문을 가득 메워 마치 깊은 산중에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이날 개원식에 참가하느라 처음 선원을 방문한 이들은 “일묵 스님이 복이 많아, 천의 수행처를 찾아냈다”며 기뻐했다.

개원식에서 법문을 전한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은 “저 또한 처음 출가했을 때 간화선에서 출발했지만 대학에서 초기불교를 전공했고, 지금은 또 다시 간화선으로 회귀한 상태”라며 “많은 이들이 간화선과 초기불교의 결합이 가능한가 반문하지만 초기불교를 함으로써 간화선의 핵심에 곧장 들어갈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산 스님은 “일묵 스님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수행력이 있는 분인 동시에 이 시대의 출가사문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며 “이 공간이 우리 시대에 불교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큰 도량이 되길 발원한다”고 축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