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용역직원들이 비구니 스님이 거처하는 김해의 한 사찰에 무단 침입해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관세음보살상의 목을 부러뜨리는 ‘훼불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30일 새벽 4시경 경남 김해시 주촌면 내삼리 소재 재단법인 선학원 소속의 홍안사(주지 오현)에 철거용역 업체 청년 20여명이 중장비를 동원해 대웅전을 무단 철거했다.
철거 용역직원들은 신발을 신은 채 대웅전 법당에 난입하여 불상과 법단에 있는 재물들을 닥치는 대로 훼손했다. 이 과정에서 약 40여년 된 대웅전 본존불상인 관세음보살상의 목이 부러지고 발목이 깨진 채 대웅전 바닥에 내팽개쳐 졌다.
이들은 또 옆방 신장단의 영가 영정들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설치한 연등을 모두 부쉈다.
홍안사 측 설명에 따르며 약 20여명의 철거 용역직원들이 사찰진입에 앞서 새벽 3시쯤 홍안사의 전기와 전화선 등을 모두 끊었고, 곧이어 대웅전 불상을 비롯한 기물들을 바깥으로 내던졌다. 오후 2시에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사찰 건물을 부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사찰 측에서 법원으로부터 대웅전 무단철거에 대한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와, 대웅전 철거는 반쯤 진행되다 중단된 상태다.
이날 용역을 동원한 것은 이 사찰 창건주의 손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홍안사는 이 사찰 창건주의 손자와 토지분쟁소송을 진행중이다.
40여년전 이 땅의 소유주는 산야에 가까운 땅을 송벽 스님에게 보시했고, 송벽 스님이 입적한 후에는 스님의 상좌 세명이 공동으로 사찰을 관리하며, 송벽 스님의 맏상좌인 세등 스님이 주지직을 이어오고 있었다. 스님들은 40년 동안 그랬던 대로 명의이전 없이 사찰에 거주해왔다.
그런데 이후 사찰 주변으로 공장지대가 들어서면서 사찰 인근의 땅값이 폭등하게 되었다. 창건주의 손자는 최근 이 사찰이 들어선 토지가 여전히 자신들의 소유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찰 측에 퇴거를 요구해왔다.
이에 세등 스님은 창건주의 손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1심에서 법원으로부터 전 주지 세등 스님의 퇴거 명령이 떨어지자 결국 스님은 사찰에서 나와 선학원 측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선학원은 최근 분원장을 새로이 임명했고, 홍안사 측은 항소심을 제기한 상태다.
세등 스님이 절에서 나간 이후에도 다른 스님이 주지로 임명돼 사찰에 기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창건주의 손자와 변호사 측은 결국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찰 철거에 나서게 된 것이다.
홍은사 신도들에 따르면 철거 용역직원들에게 “법적인 문제는 내가 책임질테니 무조건 철거하라”며 독려했던 사람은 부산에 사무실을 둔 모 변호사 사무장 김 모씨 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철거 현장에는 김해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을 비롯한 관할 지구대 경찰관 등이 출동해 있었지만 철거 용역직원들의 무자비한 철거행위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홍안사 측은 주장했다.
뒤 늦게 이 소식을 접한 사찰신도들과 지역 불교단체 등은“이번 훼불 사건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강력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해불교사암연합회와 김해불교신도회, 전국불교대원림 등 관계자들은 현장을 방문해 “지난 40여년간 수많은 불자들의 보시와 정성으로 조성된 부처님 도량과 관세음보살님의 목을 부러뜨린 것은 부처를 기망하고 불자들에게 테러를 가한 것이라며 크게 분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