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사퇴하겠다고 종단 내외에 천명했던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이 3월 31일 사퇴 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운산 스님은 이날 열린 제97차 임시중앙종회에서 “모든 일은 일을 계획하고 진행한 사람이 수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중앙종회 의원 스님들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남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사퇴의사 번복을 공표했다.

운산 스님은 “종단적으로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오게 한 여러 현상에 대해 참회한다”면서도 “공과는 여러분이 평가하시겠지만 부족하고 잘못된 부분은 너그럽게 관용해줄 것을 부탁드리고, 이를 이해해주신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인연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종회 임시회에는 재적의원 52명 가운데 44명이 참석했으며, 개회 30분만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회의에서 운산 원장은 총무원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하게 피력했고, 사퇴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태고종은 향후 운산 원장을 불신임하는 세력과 운산 원장 지지세력간의 내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산 원장 또한 자신이 종도 및 불교계에게 한 공개약속을 지키지 않음에 따라 원장직 수행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교계에서는 신뢰와 명분을 상실한 운산 총무원장이 봉원사 문제와 전승관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