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환란 당시 국민들은 장롱 속 깊숙이 넣어두었던 금가락지를 꺼냈다. 장롱을 나온 금이 모이고 모여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자는 자발적 금모으기운동에 전 세계는 한국인의 애국심과 저력에 경의를 표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우리나라도 전 지구적인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힘들고 어려운 지금 국난 극복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금 일어서고 있다. 그 선두에 불교계가 섰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지관)은 3월 27일 ‘저소득‧실직가정을 위한 1배 100원 108배 모금법회’를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모금법회는 조계종이 추진 중인 자비나눔운동의 일환으로 모금액은 전액 저소득 실직가정을 위해 쓰인다.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우리는 자비나눔을 생활화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웃에게 공양을 올리는 보시는 어둠을 몰아내는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IMF위기 때도 한마음으로 이겨낸 우리 민족”이라며 세민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인다면 위기를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진언을 왼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위기가 극복돼 밝은 사회가 되길 기원했다”며 “지금 닥친 위기는 가정과 이웃과 나라를 위해 충실히 일했는가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혜총 스님은 또 “모든 중생들에게 보시하고 괴로움을 없애주는 것이 부처”라며 “이웃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울 것이고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면 나의 고통도 덜어진다”고 전했다.
“요즘 세태를 보면 베풀기 위해 재물을 모은다는 승만 부인의 원력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고 말한 혜총 스님은 “승만 부인을 본받아 보시에 동참하고 경제를 살려 행복한 나라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혜총 스님의 법문에 이어 참가 대중들은 발원문과 함게 108배 절을 올렸다.
법회동참 대중들은 “욕심을 덜어 희망을 만들고 화냄을 덜어 자비심을 만들겠다”며 일 배 일 배 절을 했고 국가의 어려움이 사라지고 국민들의 고통이 사라지길 기원했다.
법당에서 절을 했고 법당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불자들은 마당에서 절을 했다. 꽃샘추위의 여운이 남아 쌀쌀했지만 국난극복을 갈망하는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108배 절을 마쳤다. 참가대중들은 한 끼뿐일지라도 자신이 먹는 대신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한 끼를 나눴다. 자비의 연등을 달기도 했다. 법회장 한편에 마련된 자비 나눔 모금함에 성금을 내는 이들이 줄을 지었다.
오늘 법회는 끝났지만 국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기는 이제 시작됐다. 10년 전 금모으기 운동이 있었고 100여 년 전 국채보상운동이 있었다면 이제 자비나눔운동이 있다.
자비나눔운동은 IMF위기를 극복했던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날 모금된 성금은 공익재단 아름다운동행에 기부되고 재단에서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모금은 1회에 끝나지 않고 ARS 060-700-0011을 통해 지속적으로 동참할 수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