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열리던 해 수 백년간 잠들어있던 불교유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둔황 석굴을 지키던 관리 왕원록이 제16굴을 청소하다 우연히 밀실을 발견했는데 이 밀실에서 5만여점의 고문서를 발견한 것이다.

대부분이 불교경전인 고문서들은 1907년 오렐 스타인이 왕원록에게서 7000여점에 달하는 고문서를 입수 대영박물관에 가져가면서 세계의 이목이 둔황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문헌이 불교경전이라 불교계의 관심은 더욱 높았다. 그런데 발견된 필사본 경전들에서 한역본이나 범본과 다르게 표현된 부분들이 발견됨으로써 문서자체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내용에 대한 연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둔황은 한나라 무제가 실크로드를 개척하면서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는 중요거점역할을 한 지역으로 천년이 넘는 기간동안 불교 수행자들과 순례자들은 이곳을 지나며 수천의 불상으로 이루어진 동굴불교유적인 막고굴 등을 만들어냈다.

불교유물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둔황유물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불교전문가가 드물어 연구가 미흡했다. 우리나라도 둔황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지만 연구 수준은 아직 초보단계다. 둔황분야에서는 영국, 중국, 일본이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

둔황유서를 연구 중인 고려대장경연구소가 둔황사본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자 3월 20일과 21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고려대장경을 통한 둔황사본의 재인식’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梵, 藏, 敦煌本 『金剛經』대조 연구’를 발표한 중앙승가대 최종남 교수는 둔황사본에 오류‧오기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는 개인이 기도의 한 방법으로 사경을 했던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종남 교수는 “둔황사본들을 고려대장경, 산스크리트어 원전, 티베트어 번역본과 대조해본결과 몇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다”며 “단어 혹은 문장생략, 단어첨삭, 비슷한 한자로 오기, 단어 도치, 단어를 바꾸어 필사, 단어 혹은 문장을 중복 필사, 문장을 다르게 구성하여 필사, 필사시 빠뜨린 단어 혹은 문장을 오른쪽 옆 빈 행에 기록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고려대장경5 983중 16, 대정신수대장경8 752상7에는 [實]無[有衆生如來度者]부분은 산스크리트어 원전에는 “[수보리여! 여래가 해탈하게 한(/시킨) 어떤 중생도] 없기 [ 때문이다]”라고 돼있으며 티베트어 번역본에는 “[수보리여! 여래가 구할 그 어떤 중생들도] 없기 [때문이다]”로 돼있지만, 둔황 필사본에는 부정사 ‘無’자가 생략됨으로 인하여 경전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내용이 전개되는 식이다.

최종남 교수는 “둔황사본들이 전문적이지 못하고 오류가 생긴 이유는 필사의 목적이 삼장을 수지독송하기 위함이나 불법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신앙생활의 한 형태로 기도를 위해 필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필사한 서체 유형이 하나의 필사본에서 몇 번씩 다른 형으로 필사되어 있고 불교용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부분(연등불을 연불로, 보살을 살보로 적는 등)들을 여러 필사본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종남 교수의 설명이다.

최종남 교수는 “둔황사본은 불전별, 언어별 필사본들이 다량 현존하고 있어 더 많은 필사본 자료들이 공개된다면 역경사적으로도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관련학자들이 동참해 붓다와 논사들의 원음에 가깝게 이들 필사본을 연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상해사범대학 철학과 방광창 교수는 ‘둔황유서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목록편찬에 대한 현황을 발표했다.

방광창 교수는 “현재 전 세계에 소장된 둔황유서의 총수는 58,000여개 정도 되지만 현재까지 완전하고 신뢰할 만한 총목록은 없다”며 “둔황유서는 문물, 문헌, 문자의 3방면에서 연구를 해야 하지만 연구정보가 지극히 방대하고, 형태가 복잡해 목록편찬 작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밝혔다. 이어 방광창 교수는 “현대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발전으로 둔황유서 목록 편찬이 가능해 지고 있다”면서도 “실제 상황에 부합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구축할지는 여전히 중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방광창 교수는 이미 2005년 간단한 비교와 검색이 가능한 ‘둔황유서 목록편찬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및 데이터자료’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번에 발표한 자료는 방광창 교수가 구축중인 두 번째 둔황유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소개이다.

방광창 교수는 “데이터베이스를 둔황학연구를 위한 도구로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며 “이미지와 문자자료들 간의 연결이 정확해지고 연구데이터가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방광창 교수가 구축중인 데이터베이스는 △원시데이터 불러들이기, 수정 및 삭제 △데이터 찾아보기 및 수정 △둔황문서의 분류 △색인 △데이터 검출 기능 등이 포함돼 있다.

방광창 교수는 “둔황유서의 목록 편찬 작업을 20여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목록작업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며 “자료가 여러 곳에 분산 보관돼 있는 점과 대부분이 불교관련 내용인데 불교전문가들의 참여가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광찬 교수는 “목록편찬 사업이 완료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작업을 완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학술대회에는 중앙승가대 최종남 교수, 중국 상해사범대학 방광창 교수를 비롯해 콜롬비아대 웬디 교수, 일본 국제불교대학원대학 오치아이 도시노리 교수 등 전 세계의 둔황학자들이 참여해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