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 250법의 마지막 법은 여초부지법(如草覆地法)입니다. 마치 바람에 풀이 옆으로 누워 땅을 덮듯이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마지막에는 다 덮고 화합하고 가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같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94년 종단 사태 와중에서 승려대회의 불신임을 받고 퇴임한 서암 종정은 물론 94년 멸빈자들도 이제 종단에서 복권시켜야 합니다.”
1994년 종단 개혁이 이루어질 당시 조계종 원로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원두 스님이 3월 23일 조계사 산중다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암 종정의 명예회복과 더불어 94년 멸빈자들을 복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3월 30일 서울 서초동 수안사에서 열리는 서암 스님 6주기 추모법회에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공식석상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1994년 멸빈 징계를 받은 이후 공식석상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 전 총무원장은 서암 스님의 추모사를 전할 예정이다. 또한 오후에 잠시 기자간담회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두 스님은 “당시 원로회의에서 종정에 대한 불신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려대회에서 종정 불신임을 물어 승려대중에게 동의케 한 것은 승려대중에 대한 기만”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암 종정을 명실 공히 복권시킴으로써 불법승 삼보에 대한 불신임과 불경을 참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두 스님은 이어 “서암 종정은 94년 종단 사태의 와중에서 승려대회의 불신임을 받고 퇴임했다는 이유로 2002년 열반 당시 장례가 종단장이 아닌 수좌상으로 치러졌다”며 “원로회의는 이제라도 당시 제도권의 일시적 과오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서암 종정을 명실 공히 복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원두 스님은 “지난 주 중앙종회에서 사면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진지하지 못한 정치적 처사”라며 “사면문제가 정치적 농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원두 스님은 또 “율사와 강사를 포함한 제도권의 학승들과 교계 지성 가운데 지난 종단 사태의 와중에서 위법 부당한 종권이양과 징계에 동참한 사실이 있다면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며 “만일 석존의 법률과 종헌 종법에 반한 위법 부당한 종권이양과 징계결의에 동참 내지 동의한 자가 있다면 차제에 화합포살을 통해 종단적인 화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30일에 열리는 서암 스님의 6주기 추모법회에서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과 더불어 원로위원 혜정 스님이 추모사를 전할 예정이다. 또 고우 스님과 공종원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94년 종단사태와 서암 종정에 대한 소회’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