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보다 200여년 앞서 생겨난 무역로로 차마고도(茶馬古道)가 있다. 이름 그대로 차와 말 등이 주요 교역물품이었다. 중국 윈난 성에서 생산된 차는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 인도, 네팔 등지로 수출됐다. 차마고도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것이 보이차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교역물품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차의 인기가 높아져 수 년 전부터 보이차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된 보이차가 우리나라에서 모두 소비돼 진짜 보이차를 맛보려면 다시 차를 만들고 몇 년 동안 발효되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보이차의 인기는 많지만 인기를 끈 지는 몇 년 밖에 되지 않아 인기에 비해 보이차에 대해 알려진 것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제조과정, 분류방법, 성분 등등.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를 우려내고 마시기만 해오던 수준에서 벗어나 보이차를 바로 알고자 하는 요청이 늘어갔다.

차 제조업체 휴다인(대표 이연희)이 3월 19일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제1회 보이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서남대학교 다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연희 대표는 ‘보이차 품질형성 과정중 화학성분의 메커니즘’에 대해 발표했다.

이연희 대표는 “보이차는 보통 마실 때 지푸라기 향이 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보이차의 원래 향이 아니”라며 “건조한 곳에서 보관을 하게 되면 맛이 변질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차가 생산되는 윈난성 지역은 습도가 매우 높은 지역으로 건조할 때도 50%이상의 습도를 보이는 지역”이라고 말한 이연희 대표는 “우리나라는 윈난 성에 비해 건조해 보이차를 보관하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연희 대표는 또 “보이차가 건조한 곳에서 보관됐다고 해서 맛과 향이 변하기는 하지만 상하는 것은 아니”라며 “습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게 되면 본래의 맛과 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차가 생산연도에 따라 가격, 맛이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보관을 잘못하면 맛도 가격도 모두 손실을 입게 되므로 보이차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연희 대표의 설명이다.

중국서남대학교 다엽연구소 유근진 교수는 보이차 발효과정 중 미생물의 균체 분석 및 안정성에 대해 발표했다.

유근진 교수는 “운남 대엽종으로 만든 보이차 60여종의 샘플을 채취해 진균 종류를 검사한 결과 19개속 40종의 진균이 검출됐다”며 “효모와 누룩곰팡이 등 우수균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검출물에는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과 흔히 보이는 진균 유독대사물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한 유근진 교수는 “중국 보건식품안전성 중독학 평가 방법으로 급성독성과 유전 독성 검측을 한 결과도 보이차 음용은 안전하고 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만차협회 명예이사장 구소메 교수는 ‘보이차 품질’에 대해 발표했다.

구소메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보이차는 흑차(黑茶)류와 같은 후발효차로 운남 대엽종을 원료로 햇볕에 쬐어 건조한 뒤 보이생차(生茶)를 만들고 다시 퇴적발표, 건조 등의 공정을 거쳐 보이숙차(熟茶)가 된다고 한다.

구소메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이차는 저장 년도에 따라 차맛이 순한듯 진하며 부드러워진다고 보는데 이로 인해 젖아 년도가 오래될수록 판매가격이 높아지게 된다”면서도 “시중에 판매되는 보이차에 표시된 년도가 사실인지, 수년 심지어 수십년의 저장 환경이 여전히 보이차의 좋은 품질 유지를 가능하게 할 수있을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미나가 끝난뒤에는 녹차와 보이차 혁명전차, 7532, 7542의 4종류의 차를 시음하는 차회가 열렸다. 혁명전차는 중국 문화혁명을 전후해 만들어졌고, 7532는 1988년도, 7542는 1991년도에 만들어졌다.

이연희 대표는 “차를 맛있다, 맛없다. 좋다, 나쁘다 등으로 판단하지 말고 생산년도에 따른 맛의 차이를 판단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명선차인회장 혜성 스님은 “오늘 차회는 테이블에서 의자에 앉아 진행되는 방식인데 바닥에 앉아 진행하는 우리나라와는 방식이 다르다”며 “이는 대만에서 발달된 차회 방식으로 차의 음미도 중요하지만 편하게 움직이고 이야기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차회에 참석한 인천에 사는 김은미 씨는 “보이차를 접한 지는 않았는데 보이차도 물론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황차를 좋아한다”며 “우리나라 차도 좋은 차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보이차에 관심을 쏟는 만큼 우리 차에도 많은 관심이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