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와 60년대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지리산에 건립한 휴양소를 기독교계가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다면서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측과 환경단체, 문화연대 등 문화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지리산에 고찰을 많이 갖고 있는 불교계의 입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개신교가 무리하게 선교사 휴양소의 문화재 등록을 강행할 경우 종교 간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개신교계가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선교사 휴양소는 해발 천 4백 미터의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 바로 옆, 벽체만 앙상한 건물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은 미국 남장로회 등의 외국인 선교사들이 지난 1925년부터 조성했던 휴양소 건물 가운데 마지막 남은 것이다. 당시 노고단 휴양소는 모두 50여 채의 건물과 수영장, 9홀 규모의 골프장까지 갖춘 여름리조트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선교사 후손 인요한 씨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리산 휴양소를 “(선교사들이) 풍토병에서 회복도 되고 여름에 피하는 피난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섬진강을 굽어보는 지리산 왕시루봉 기슭에 위치한 이 노고단 휴양소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파괴된다. 한국전쟁 이후 돌아온 미 남장로회 선교사들이 지난 62년부터 조성한 휴양시설로 모두 12채이다. 테니스장, 수영장이 자리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개신교계는 지리산 휴양소가 국내 유일의 산중 기독교 유적으로 성경의 한글 번역이 이뤄진 곳이라며 조만간 문화재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지리산선교유적보존연합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6개월 동안에 (문화재 등록) 용역조사가 끝날 것이고, 문화재청 등록신청은 3월 말이나 4월 초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리산 휴양소가 외국인 선교사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그들만의 리조트였고 문화재 가치도 높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이 휴양소가 정말 예술적 가치와 건축학적 가치가 있느냐를 살펴봐야 하며,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소장은 “더구나 지리산은 문수보살의 주처로 알려진 불교의 성지로 개신교계가 문화재적 가치에 의문이 있는 콘크리트 건물의 등록을 강행할 경우 현 정권 들어 불거졌던 종교편향 논란이 지리산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평우 소장은 “개신교계가 정말로 지리산 휴양소가 보존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환경파괴를 피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리산 아래로 이전해 복원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도 “특히 왕시루봉은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로 출입과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곳”이라며 문화재 등록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국장은 현재 휴양소가 있는 지역은 출입금지 지역이고, 특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지역이기도 해 특별히 더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곳이라며 이런 곳에 있는 시설을 문화재로 등록할 경우 생태계 파괴 및 자연환경 훼손을 공식화하는 것이 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국장은 또 현재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개신교인들이 출입을 하고 있고, 취사행위도 하는 흔적이 발견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항의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의법조치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교사들의 휴양소가 문화재인지 아닌지의 논란이, 지리산의 아름다운 봄을 얼룩지게 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 불교계의 움직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