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이후에도 조계종 승려로 인정돼온 군법사들이 앞으로는 결혼을 할 수 없게 됐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3월 18일 제180회 종회에서 종헌 제9조 2항에 명시된 ‘군법사 독신예외규정 조항’을 삭제했다. 이 법안은 제적 의원 65명 중 62명이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차이로 통과됐다.

조계종은 기본적으로 비구종단이지만 군포교 현장 속에서 독신승으로서의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군법사들의 결혼을 허용해 왔다.

하지만 이는 조계종의 비구종단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여 그동안 계속 논란이 돼왔다.

이번에 대표발의를 한 주경 스님은 “1700여년 독신 비구승의 전통에 있어서 군승이라는 예외조항이 종헌에 존재하는 것은 종단 정체성에 부적절하고 군승 수급이 해결되어 가는 지금 원불교와 타종단과의 관계 해결 및 독신 비구승의 유출을 억제하여 종단 근간을 세우기 위해 시급히 정비돼야 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중앙종회는 이 조항을 삭제하면서 현재 결혼을 한 군법사들에게 소급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부칙조항을 마련했다.

부칙에서는 “이 종헌은 공포한 날부터 시작한다. 이 법 시행 이전에 군승으로서 결혼한 자는 삭제에도 불구하고 군승 자격을 유지한다. 총무원은 제1항에 해당하는 군승 임무 종료와 동시에 법계와 자격을 재심해 재품수 혹은 몰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종회 선출직 위원들에 대한 견제할 수 있는 법안도 마련됐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정범 스님 외 55인이 발의한 제48조 1항을 수정보완해 “중앙종회는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법규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소청심사위원을 불신임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제적 의원 64명 중 58명이 찬성하고 6명이 반대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가결됐다.

기존의 종헌에서는 중앙종회가 불신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등 3원의 원장만을 명시했다.

이 종헌이 종회에 발의 및 통과된 것은 지난해 문제가 된 법규위원회가 주된 배경이다. 지난해 9월 법규위원들은 거의 2년에 가깝게 법규위원회 회의 진행을 파행적으로 해온 천제 스님을 위원장 직에서 불신임한 바 있다.

이 안건에 앞서 상정된 ‘국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주지는 총무원장이 직권으로 해임 가능’ 안건은 형법상으로 할 것인지, 국법상으로 할 것인지, 또 금고 이상 혹은 징역 이상 등의 세부 조항을 두고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폐기됐다.

이 안건은 수정보완돼 다음 회기에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