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도와 학교 구성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귀의삼보 하옵고, 소납은 오늘, 종단과 동국대학교를 위해서 어떤 처신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를 깊이 사랑한 끝에 이 글을 씁니다. 먼저 동국대학교가 마치 비리가 있었던 양 세간의 비난을 받는 와중에도 최종적인 법의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변함없는 신뢰로 격려해주신 선후배 스님들과 흔들림 없이 본연의 책무에 최선을 다해준 학교 구성원 여러분, 그리고 종단과 동국대학교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기도해주신 종도 여러분께 애종심과 애교심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동국대학교의 명예가 땅바닥에 떨어져 무참히 짓밟히는데도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으면서 조기에 억측과 왜곡을 바로잡지 못하여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참회하는 마음뿐임을 고백합니다. 뒤돌아보면, 소납이 동국대학교에서 소임을 맡은 지난 8년여의 세월은 실로 백척간두에 선 처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소납이 학교와 인연이 닿았던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국대학교는 여전히 과거의 악연으로부터 한시도 자유롭지 못했고 그 악견들이 끊임없이 d고대를 들어 동국대학교를 탐심의 복마전으로 만들려 했기 때문입니다. 실로 하루하루 시시각각이 위기가 아닌 순간이 없었습니다. 소납은 이사장의 소님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여러 일을 구상하고 실천하기위해 동분서주 노력했습니다. 주인이 없는 학교, 종단의 이해 다툼에 휘둘리는 학교, 명문사학이라는 과거에 안주하여 새로운 변화를 외면하는 학교라는 오명을 극복해보자는 것이 소납의 서원이었고, 대학사회의 급변하는 환경과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상황에서 고승대덕들의 서원과 종도들의 공덕으로 설립된 동국대학교가 뒤처지면 안 된다는 한 생각으로 일관했습니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회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업장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꺼이 멍에를 메었고 한시도 그 멍에를 벗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2006년에는 소납의 이사 재임을 막기 위해서 지관 총무원장스님과 장윤스님을 비롯한 소납의 문중에서까지 물리적 힘을 동원한 적이 있었고, 학교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 위해 외부에서 총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는 교수사회와 정면으로 대립하기도 했으며, 실력 있는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교수사회가 지속적으로 흔들기를 계속하고 이에 종단 일각이 거들고 나섰던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일은 3년여에 걸쳐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 사건입니다. 이 기간 동안 동국대학교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누명을 썼고 급기야 로스쿨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보았으며 이 틈을 타 개혁을 발목 잡으려는 세력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개혁이 제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아직도 그 여파로 동국대학교는 종단의 이해 다툼에 다시 휩싸일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글은 신정아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소납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동국대학교 이사회는 신정아 사건의 피해자일 뿐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무 것도 없음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결도 그렇지만 예일대를 상대로 한 동국대학교의 소송제기가 미국법원에서 받아들여져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진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소납에게 도의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납은 도의적 책임을 질 용의가 있으며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사장직은 물론이고 이사직에서도 물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신정아 사건과 관련되어서가 아니라 신정아 사건에 의해 발생된 동국대학교에 대한 억측과 왜곡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입니다. 흥덕사 특별교부세와 관련해서는, 소납의 개인적 사안일 뿐 법적인 판결에서도 신정아 사건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오히려 소납은 이번 판결이 향후 불교계가 국고 지원을 받는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받계 되는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또한 흥덕사를 개인사찰 운운하며 마치 소납이 종헌 종법을 위반한 것처럼 호도한 언론보도에 대해 다각도의 대응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는 종단 차원에서 한번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소납은 소납의 거취 문제가 법적인 책임을 묻는 차원이 아니라 부당하게 실추된 동국대학교의 명예를 시급히 회복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개혁의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소납은 그간 학교 구성원 여러분과 종도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왔으며 또한 동국대학교 이사회의 결정에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소납의 거취는 동국대학교 이사회의 결정에 따를 것입니다. 운수납자가 그냥 떠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책도 있을 수 있으나 승가에서 주요 소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진퇴에 두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혜량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한가지, 소납은 소납이 지은 업보로서 반드시 걸머지고 가야할 일이 있습니다. 동국대학교가 또다시 종단의 이해 다툼에 휩싸인다면 그간 어렵게 이루어낸 소중한 성과들은 물거품이 될 것이며, 동국대학교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소납은 소납의 거취 문제로 인해 동국대학교가 또다시 이해 다툼의 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뿐더러 힘이 닿는다면 아예 그 뿌리를 뽑아버리고자 합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자 동국대학교의 일부 이사님들이 법 규정은 무시한 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무조건 시정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교육과학부의 전례 없는 조치에 항의하여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단 더 큰 문제는 교육과학부라는 관의 힘을 빌려 이사회에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 행위입니다. 이는 동국대학교와 종단의 자주권을 헌납하고 이사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 할 것입니다. 물론 소납은 이러한 일련의 일들에 참여한 이사님들이 모두 기꺼운 마음에서 동참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일을 선동하고 주도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납은 동국대학교의 미래와 종단의 안정을 위하여 일을 선동하고 주도한 사람에게 분명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그 당사자야 말로 즉시 이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부디 우리 이사회가 이참에 종단과 동국대학교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악연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는 현명한 결단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009. 3 .13 소 납 임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