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은 간접선거 제도로 선출된다. 교구본사 주지와 선거인단, 그리고 종회의원들이 선거에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교구 선거인단은 어떤 기준으로 선출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준이 없다.
올해 10월에 있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안팎에서 선거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된 토론회가 3월 11일과 12일 연달아 이틀에 걸쳐 개최됐다. 3월 11일에는 교단자정센터에서 개최한 ‘선거완전공영제 도입,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고, 12일에는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논의했다.
두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선거인단 선출 문제와 비구니 스님의 참종권 확대, 부정선거 방지를 위한 선거공영제 도입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금권선거, 계파선거이다.
여러 재가단체에서는 간접선거로 인해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꾸준히 직접 선거제를 주장해오고 있으며, 불교미래사회연구소 또한 최근 직선제로 선거제도를 전환하면 금권선거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47.9%라는 설문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직선제는 조계종 승려 가운데 승납 몇 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선거를 몇 개월 앞둔 시점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선거권자인 중앙종회의원들이 직선제를 종회에서 통과시킬 지도 의문이다.
이에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웅기 협동사무처장과 김형남 변호사는 “직선제가 금권선거를 방지할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현행 간선제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직선제가 현실 불가능하므로, 현행 간선제의 문제점들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것인데, 간선제에 있어서 보완해야할 가장 큰 문제점은 교구선거인단선출 방법이다. 교구선거인단에 관한 규정은 총무원법 제8조에 ‘교구종회에서 선출한다’고만 규정 됐을 뿐 선출방법, 선거인단의 자격,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김형남 변호사는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서 그 자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은 선거제도가 편의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대중의 합의를 위한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정웅기 처장 또한 “총무원장 선거법 안에 교구선거인단 입후보 자격, 선출방법, 시기 등을 명기해야 간선제가 최소한 존립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처장은 “대중의 합의가 아닌 교구내의 권력분포에 의해 선출된 선거인단은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므로 후보들은 선거인단을 포섭하기 위해 금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인단구성을 법제화 할 경우 이익집단의 세력이 약해지고 소신선거가 가능해 금권선거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구들에 비해 현격히 낮은 비구니들의 선거권한 또한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현재 비구니 참종권은 중앙종회의원 10석과, 교구종회에서 선거인단으로 선출되는 경우에만 주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구본사 선거인단이 비구 스님으로 구성되는 현실이고, 비구니들의 참정권은 비구들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불교가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사부대중으로 구성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승려들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지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불교무설연구소 정호 스님은 “선거인단에서 비구니 스님의 참여가 제한된 것은 대중의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선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구니는 물론 사부대중이 종단구성원인 만큼 재가자에도 참종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점은 바로 금권선거이다. 선거 때만 되면 ○십억, ○백억이라는 선거비용이 쓰인다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금권선거의 폐해는 뿌리 깊게 깔려있다.
이 같은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거비용을 종단이 대신 지출하는 선거공영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거공영제란 선거의 불공정성, 후보자간 선거운동의 기회 차등, 과다한 선거비용으로 인한 금권선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선거를 관리하고 그에 소요되는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토론 참가자들이 선거공영제의 도입을 대체로 찬성했지만 중앙종회 의원인 주경 스님은 반대의견을 냈다.
주경 스님은 “선거를 치를 때 사실 비용이 드는 것은 많지 않지만 여비문화라는 잘못된 관행이 있기 때문에 금권선거로 비화된다”며 “선거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선거공영제도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선거제도의 개선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반면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총무원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금강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불교계의 큰 이슈가 되는 자체가 문제”라며 “행정이 주가 되고 포교와 교육은 뒤로 밀려나는 것은 제대로 된 종교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강 스님은 “총무원장 권한은 포교와 교육을 뒷받침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대부분의 권한은 본사에 분산시켜야 한다”며 “총무원장 권한이 축소되면 총무원장 선거가 금권선거가 되고 계파정치가 되는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3월 16일 개회하는 조계종 중앙종회에 선거인단선출방법 및 선거공영제도입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총무원장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7개월여 앞둔 현재 선거법 개정에 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