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최고의 상종가를 치고 있는 장안의 화제 ‘꽃보다 남자’에 드디어 불교캐릭터가 등장했다. 매주 1초도 빼놓지 않고 본 정성이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다.

구준표와 하재경의 러브씬을 보고 충격에 먹은 금잔디.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잔디의 백기사 윤지후는 잔디를 데리고 고즈넉한 산사를 찾는다.

이 절은 경남 창원에 위치한 성주사이다. 극중에서 준표의 약혼녀 하재경네 리조트로 나오는 창원의 시티세븐 풀만 호텔에서 촬영을 끝내고 인근의 가까운 고찰을 찾다보니 아마 이 절을 선택한 듯하다.

성주사는 신라 흥덕왕 10년(835)에 창건된 천년고찰이지만, 임진왜란 때 전소된 뒤 선조 37년(1604)에 다시 중창돼 아주 오래된 고찰의 멋은 없다. 그럼에도 조선 중기에 중창된 대웅전, 용화전, 보타전 등의 건물들과 대웅전 앞 삼층석탑이 있어 나름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잔디와 지후를 만난 한 스님은 잔디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연꽃상’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지후에게 “진흙도 맑게 할 연꽃상이네, 저 아가씨. 귀하게 여기게나. 자네한테, 가족을 만들어줄 연이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서울로 올라온 뒤, 잔디의 숙제를 위해 미술관을 통째로 빌린 지후는 기념품 가게에서 연꽃 모양의 향꽂이를 만지작거리는 잔디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분홍빛 연꽃 봉오리가 인상적인 향꽂이를 잔디에게 선물로 준다.

꽃보다 남자 18회분에서는 유독 불교적 이미지가 많이 등장했다. 스님이 잔디를 가리키며 말한 ‘연꽃상’이라는 말은 이미 드라마 초반부에 지후의 할아버지가 잔디에게 건넨 말이기도 하다.

“연꽃이 왜 진흙 속에서 피는지 아느냐.”

지후가 던지는 이 말은 진흙 속에서도 때 묻지 않는, 진흙을 맑게 정화시키는 연꽃 같은 존재가 바로 F4 속의 잔디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표적인 메타포이다.

‘꽃보다 남자’처럼 다소 비현실적인 판타지 드라마에 불교가 등장하는 약간의 이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8회분에 등장하는 한국의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상당히 잘 드러내준다.

삶에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이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잔디의 대학합격을 기원하고, 지후 선배의 행복을 발원하기 위해 기왓장에 소원을 새기는 곳, 시원하고 청량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곳, 연꽃의 의미를 되새기며 피안을 잠시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사찰의 의미다.

또한 미래를 암시하는 묘한 말을 던지는 역할 또한 드라마속 스님들의 단골 메뉴이다. 이는 스님 말이라면 철떡 같이 믿는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입력한 일종의 주문이다. 절에 다니는 어머니라면 매년 초반이 되면 자식을 붙들고 “얘야, 스님이 올해는 물을 조심하란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최근 기독교의 한 단체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교가 불교라고 한다. 어린이 법회는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고, 청소년 불교단체에서 활동하는 어린 불자들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이 설문조사 내용은 매우 기적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불교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고, 불교의 미래 가능성 또한 상당히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사찰 입장료가 높아져도 여전히 한국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마지막 휴식처를 불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스님들이 아무리 외제차를 타고 다녀도 그들은 여전히 중생들을 이끌어주는 든든하고 멋진 인도자로 남아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 마음속에는 어머니와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가 DNA 속에 심어놓은 불교에 대한 그리움이 드리워져 있다.

F4에 등장한 불교캐릭터는 바로 우리 피 속에 흐르는 그립고 따뜻하며, 또한 평화로운 피안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