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용면리는 대보름 용 싸움놀이로 알려진 마을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용의 고장이라고 할 만큼 용과 관련된 흔적이 많다.

이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 저녁 경기도 이천군 신둔면 용면리에선 주민과 관광객 등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보름 용 싸움놀이가 벌어진다. 암용과 숫용으로 나눠 만들어진 용줄은 비녀목으로 결합된 뒤 남자대 여자 편으로 갈라 세 번의 줄다리기로 승부를 낸다. 2백여 년 동안 전승돼 온 용면리 용 줄다리기는 격년제로 열리며 주민 화합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마을 뒷산의 이름은 용각산(龍角山)이다. 용의 뿔처럼 생긴 산이라고 해서 용각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두 용 뿔 사이 용머리의 정수리 지점에 절이 들어서 있는데, 절 이름은 용화사(龍華寺)다. 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절이니 물론 미륵도량이다. 대웅전과 천불전, 용왕전, 산신각과 미륵보살입상, 요사채가 아늑한 기운이 드리운 터에 옹기종기 세워져 있다.

용화사는 현재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동안 절이 방치되다시피 되어 있다가 2년전 성남 용불사의 지관(至觀) 스님이 부임해 오면서 사격을 갖추고 있는 중이다. 이래저래 용과는 깊은 인연이 있는 스님이다. 스님의 노력으로 도량 주위의 잡목이 벌채되면서 도량이 훤해졌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시골마을 뒷산의 절이라, 불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범죄예방위원회 자문위원, 성남 중원경찰서 경우회 감사, 성남시 수정경찰서 경승실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고, 전 성남불교사암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활동력이 있기에 어렵지만 그나마 불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용이 잠들어 있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지관 스님은 용화사 불사를 통해 잠자는 용을 깨워 좋은 인재를 배출해내겠다며 열의가 대단하다.

성남과 이천을 분주히 오가며 불사를 진행하느라 더딘 점이 없지 않지만, 간절한 신심과 기도를 통해 불사를 이루겠다는 원력이 대단하다. 지관 스님은 용화사에 중생들의 병고를 덜어줄 석조약사여래입상과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머리상을 모실 예정이다. 넓지 않은 도량 안에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홀연히 좌선 중에 도인이 나타나 지금의 용왕전 옆 자리를 점지해 주었다고 한다.

서둘러 인부를 동원해 지난 23일 이곳에 바닥(스텝)콘크리트를 쳐 놓았는데, 다음날 새벽 콘크리트가 잘 굳었나 살펴보니, 희한한 현상이 나타나 있었다. 4미터×6미터 넓이의 콘크리트 바닥 한 쪽에 ∞모양의 흔적이 새겨진 것이다. 지관 스님은 순간 금강저(金剛杵, vajra)를 떠올렸다고 당시의 순간을 설명했다.

금강저는 승려들이 불도를 닦을 때에 쓰는 도구인 방망이 모양의 불구(佛具)를 말한다. 금강으로 약칭하기도 하는데, 발사라(跋闍羅)·벌절라(伐折羅)·발왈라(跋曰羅) 등으로 음역하고, 금강지저(金剛智杵)·견혜저(堅慧杵) 등으로도 의역된다.

금강저에는 오고저(五鈷杵)가 있다. 쇠나 구리로 만들고, 그 양 끝을 한 가지로 만든 것을 독고(獨鈷), 세 가지로 만든 것을 삼고(三鈷), 다섯 가지로 만든 것을 오고(五鈷)라고 한다. 저(杵)는 본래 인도의 무기의 하나인데, 금강저는 밀교에서 인간 번뇌를 부숴버리는 보리심(菩提心)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므로 이를 지니지 않으면 불도수행을 완수하기 어렵다고 믿었다.

번뇌를 부숴버리는 보리심의 상징인 금강저의 형태를 한 모습이 드러나자 지관 스님은 환희심에 차 있다. 약사여래를 모셔 병고중생들의 번뇌를 덜어주고자 세운 원력에 불보살님들께서 이적을 보여준 것이라고 믿음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용화사 신도들과 마을사람들의 이 장면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신도들은 어려운 여건 가운데 불사를 추진 중인 스님의 원력에 부처님이 감응하신 것이라며 합장과 절을 하고 있다.

‘나를 세우면 실패한 사람이요, 나를 낮추면 남을 보게 될 것이요, 나를 놓으면 동서남북이 안온하다’는 글을 명함 뒷면에 새겨 나눠주는 지관 스님. 스님의 대작불사 원력이 원만하게 성취돼, 수천년 동안 잠을 자고 있는 이천 용면리의 용이 깨어나는 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용화사 주소;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용면리 산 92-1. 연락전화 031)638-4177, 010)3907-4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