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TV 방송에는 올 한해 최고의 연예인을 뽑는 시상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꽁꽁 얼어붙은 경제사정에, 한 일 없이 나이만 더 먹는 듯한 자책감이 밀려드는데다, 채널을 돌리고 또 돌려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연예인들의 수상 소감에 타종교인들은 이래저래 심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쩌겠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 자기들한테는 가장 중요한 일인가 본데⋯, 잘생긴 탤런트들이 수십명씩 쏟아져 나오니 안 볼 수도 없고⋯.

12월 30일 열린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그들의 ‘하나님’은 여전히 영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조연상 송옥숙, 우수상 한지혜, 게다가 대상 수상자인 김명민까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래, 하나님 믿는 사람들끼리 영광을 나눠 묵으라’며 채널을 돌릴 무렵 사회자로 나온 신동엽이 돌발 발언을 던졌다.

함께 사회를 보던 한지혜가 우수연기자상을 받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 잠시 후였다. 신동엽이 한지혜에게 축하를 전하며 이런 쇼킹한 발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방금 한지혜씨가 하신 수상소감 중에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하셨죠. 저는 사실 시상식 진행을 참 많이 했는데, 참 궁금한 것이 있어요. 하나님께 우리나라에는 기독교 신자도 많고 불교신자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단 한번도 불교 신자 중에 한명도 부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교회 오빠랑 연애하는 사람은 있는데 절 오빠는 없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제가 일부러 이상한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구요, 앞으로 어떤 종교를 가지시건 가시건 자신이 믿고 있는 신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시고⋯.”

신동엽이 말을 마무리 짓기도 전, 한지혜는 무안한 웃음을 터트리며 “제 수상소감을 들으며 그런 생각밖에 못했냐”고 반박하면서 신동엽의 ‘돌발 발언’은 끝이 났다.

이 말을 듣고 난 후 인터넷에서 신동엽의 종교를 검색해보았더니, 신동엽 또한 개신교 신자가 아닌가.

방송이 끝난 직후 인터넷에는 신동엽의 멘트를 칭찬하는 사람들의 글과 리플들이 이어졌다.

“신동엽 씨 멘트 속이 시원합니다. 우리나라는 국교가 없는 상태인데 모두가 보는 방송에서 부모님께 감사하는건 당연하지만 유독 개신교인들만 이 방송에서나 공공장소에서나 한결같이 시끄럽게 떠드는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방송에서 종교 편향적인 내용에 대한 따끔한 일침....신동엽 mc 그의 용기있는 맨트에 찬사를 보냅니다.”(ID 비공개)

“신동엽씨의 종교는 모르지만, 언중유골이라 느껴졌습니다. 하느님이라고 하기보다는 하나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그 분께는 굳이 생방송 중에 감사한다는 말씀 안 드려도 다 아실겁니다.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나와 다른 많~~은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는 말을 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ID ja2choi)

“사실 연말 시상식마다 듣게되는 하느님..좀 식상합니다. 종교에 자유는 있지만 공개석상 것도 전국민이 보는 티비에서 한쪽종교에 치우치는 감사의 말은 좀 눈살이 찌뿌려 질만큼 가식적여 보입니다.” yum8020

“저는 어제 방송을 보고 신동엽씨의 종교를 검색해 보았더니..기독교 이더군요..그럼에도 신동엽씨의 멘트는 정말 찬사를 아낄수 없지 않습니다. 몇 안되는 의식이 있는 기독교인이더군요..오히려 놀랐습니다. 기독교라는 종교인들중에서도 그러한 의식을 가진 신도가 있음에 안도 하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엽씨의 멘트 정말 가려운등 긁어준 듯 시원했습니다.”

“공식성상에서의 이기적인 하느님을 보인다는건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는 기독교인들은 어떠한 종교의 자유를 말하는건지.. 의심가네요..기독교에서 영광은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영광인지...”

“개인의 종교는 주말 집회가서도 충분히 감사를 외칠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받은 김명민씨의 첫마디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베.바 를 너무 좋아라 보았던 팬으로 실망이 가더이다..여튼 신동엽씨 어제 진행 그 한마디 멘트로 저라는 한사람의 마음을 얻었음을~신동엽씨의 멘트에 깔려있는 그 의식이라면 궂이 기독교의 공격적 성향의 전도보다도 훨씬 더 큰 전도 효과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동엽의 말을 들었을때... 뭔가 가슴을 친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런 소신발언을 한적이 없다. 현재, 불교계에서 이름만 대도 알만한 사람도 TV에서 수상소감을 이야기할때도 회사에 대한 공치사만 했을 뿐 사부대중에 대한 공덕 회향이 없는 .. 이 불교계에... 신동엽의 소신발언은 이 새벽 잠이 안올 정도로 센세이션 하다.” (은섬)

하나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아주 감동적인 멘트가 타종교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는 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인지를 일깨워준 신동엽의 돌발 발언은 다종교사회에서 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유쾌한 해프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