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340호 지리산 천은사 괘불이 디지털 바람을 타고 서울 강남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은사(주지 영관 스님)가 예수재, 영산재, 수륙재 등 야외 행사시 사용하는 괘불의 훼손 방지와 보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제 괘불을 대치할 사본을 제작한 것이다.

천은사 디지털복제 괘불은 강남 봉은사(주지 명진 스님)에서 10월 12일 점안식을 열고 14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전시를 마친 뒤 디지털복제 괘불은 천은사로 옮겨져 원본 괘불을 대신해 각종 야외 행사에 사용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사진을 이용한 영인본이나 화가를 통한 모사본 등이 원본을 대신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천은사는 괘불 복제본을 원본의 질감까지 표현가능하다는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하기로 결정하고 디지털리크리에션그룹(대표 손태호)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으며 괘불 보수와 복원 자문은 고창문화재연구소가 맡았다.

괘불 복제에는 다분할 디지털 스캐닝이라는 최신 기법을 이용해 괘불을 640개로 분할 스캐닝한 후 다시 병합해 하나의 이미지로 전환했다.

높이가 9m에 달하는 괘불은 24GB라는 엄청난 크기의 데이터로 전환됐고 이 데이터는 다시 실제와 똑같은 크기로 출력됐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바래진 색,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사용하던 흔적이 그대로 표현됐다. 질감까지 그대로 살렸으니 전문가라도 한눈에 알아차리기는 힘들 듯 하다.

손태호 대표는 “디지털 복제의 목표는 원본에 95%까지 일치 시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인쇄기술의 한계도 있고 또 100% 완벽하게 일치시킨다면 잘못된 의도로 사용될 수도 있으므로 기술이 도달한다 해도 시도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천은사 괘불은?

석가의 모습이 단독으로 그려진 괘불로 크기는 길이 894㎝, 폭 567㎝로 거대한 화면에 꽉차게 정면을 향해 서 있는 석가의 모습을 그렸다.

조선 현종 14년(1673)에 경심·지감·능성이 그린 이 괘불은 단독상으로 괴체적인 형태, 항토색이 강한 독특한 채색, 필선, 문양 등에서 17세기 후반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2002년 7월 2일 보물 제1340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