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한 문화재 보수공사와 허술한 공사 관리로 천년고찰이 신음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천년고찰 순천 선암사와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최근 이 두 사찰의 실태를 돌아본 문화재전문위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감독관청인 지자체와 문화재 관련부처, 관리자인 사찰의 소홀한 감독과 시공업체의 엉성한 보수공사로 외려 문화재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평우 소장에 따르면, 천년고찰 순천 조계산 선암사에 수상한 보수공사가 10년째 계속되고 있을 정도로 보수공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 순천시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에 나서고 있는데도 정작 이를 고마워해야할 선암사 스님들은 분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선암사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황 소장은 선암사의 경우 순천시의 납득할 수 없는 안일한 문화행정과 업자들의 부실공사로 사찰전각 상당수가 훼손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MBC도 시사교양프로그램 ‘2580’을 통해 지난 8일 선암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문화재 하자보수공사의 전말을 고발해 문화계는 물론 불교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따라 또한 이번기회에 문화재 보수공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도 필요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두루 알려졌다시피 선암사는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찰 중의 하나다. 고풍스런 도량과 전각의 아름다움은 물론 갖가지 문화재가 즐비해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절이다. 그러나 이 소중한 문화유산이 지난 10여년 동안 보수공사를 거치면서 몸살을 알고 있다. 사찰 곳곳에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고, 공사로 인해 사찰의 고유기능인 수행은커녕 절에서 살아가기조차 힘겹다. 스님들은 사흘들이 공사로 짜증을 넘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공사 후 천장이 내려앉아 구부리고 들어가야 하는 천불전. 보수공사 5년 만에 다시 하자 보수에 들어가야 할 대웅전 등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가장 심각한 곳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팔상전. 신도들이 천일기도를 드리는 전각이다. 그런데 이 팔상전은 해체보수 8년 만에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기둥은 떠 있고, 건물은 앞으로 30센티미터 가량 기울었다. 건물이 기우니 자연 벽이 터지고, 뒤틀림 현상이 심화돼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건물이 기울어 팔상전과 옆의 전각 지붕이 맞붙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옆의 전각까지 안전하지 못하다. 마루는 울퉁불퉁 솟아올랐고, 갈라진 틈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신문지를 끼워넣었다.

지난해 안전진단검사 결과 당장 보수에 들어가야 한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기와 번와는 공사를 한 지 채 5년이 못돼 숫기와틈새로 흙이 삐져나오고 물이 새는 등 건물 전체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고 있어 보수가 시급하다. 선암사 입구에 선 승선루의 평방루가 깨져 언제 무너질지 모를 지경이고, 승선교에는 석회가 녹아 허옇게 흘러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엉터리 보수가 선암사에서 계속되고 있을까. 보수업체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고, 조계종과 분규사찰인 관계로 절의 재산관리를 지난 1995년부터 순천시에서 해오다보니 절에서는 보수에 대해 이래저래 말할 처지도 되지 못하는 관리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재산관리자이자 보수공사 발주처인 순천시의 태도는 더욱 아리송하다. 지난 90년도부터 2000년도 중반까지 선암사의 하자보수공사를 한 업체 3곳이 내용상 한 업체라는 사실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부부가 각각의 회사 대표이거나 두 업체가 한 사무실을 사용하는 등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봤다면 얼마든지 문제를 찾을 수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순천시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더 가관인 것인 이런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다른 업체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결국 계획적으로 부실공사를 하고 하자공사를 하는 악순환의 과정에서 시민의 혈세만 낭비된 셈이다. 사찰의 스님이나, 관람객, 순천시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관행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에 보수공사에 투입된 예산은 무려 1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선암사 재적 스님들은 말이 보수공사지 보수공사를 할수록 절은 망가져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목조 건조물에 대한 방염재 처리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방염재는 화재에 대비한 화학재로 문화재청이 옛 전각이 있는 사찰에 공문을 통해 방염재 처리를 독려하고 관련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경 방염재 처리를 했던 미황사와 송광사 등 몇몇 사찰들은 방염재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방염재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목재가 물을 머금어 단청이 들뜨고, 문고리나 문장석이 부식해 떨어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미황사의 경우 대웅전 회벽 한쪽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다행히 방염재 시공전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법당 기둥 아랫부분만 처리를 함으로써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찰의 경우 피해는 컸다.

금강 스님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방염재 기술이 아직은 목조건조물에 적용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이의 사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경북 영주군에 소재한 부석사 무량수전이 몇 해 전 화재에 대비한다는 목적에서 방염재를 칠한 이후 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건물 목재에 얼룩이 지고, 단청도 들뜨거나 바랬다. 겹처마 부분의 목재에 칠한 방염재는 검붉게 변했고, 무량수전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배흘림기둥에는 얼룩이 뚜렷하게 생겼다.

방염재를 잘못 시공할 경우 목재소재가 숨을 쉬지 못하고 물을 머금어 부패 등 2차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방염재는 사찰과 창덕궁 등 고궁에서도 부작용이 속출해 문화재계에서는 사용의 적정성 여부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제품이다. 최근 문광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에서 사찰을 돌며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곧 국회에서도 방염재 부작용 문제에 대한 문화재청의 과실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찾아 문화재의 훼손실태를 조사하고 촬영한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지금과 같이 천년고찰에 대한 보수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된다면 보수공사는 보수가 아닌 훼손행위에 불과하다”며 “불교문화재의 일차 관리자인 사찰에 보수관리 감독의 권한을 부여하고, 아울러 책임도 묻는 문화재 현장관리시스템의 효율적 변화와 시공업체 선정과정에서의 투명성, 감독관청의 안일한 태도 불식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소중한 문화유산은 하나 둘씩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