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이하여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이후에 처음 한글로 쓴 책인 ‘용비어천가 1, 2권’이 강원도에서는 최초로 발견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의 한선학 관장은 최근 입수한 효종본 용비어천가 1,2권(1659년간,36.8×25.5㎝)을 10월 8일 고판화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용비어천가는 국어교과서에 소개되어 한국인이면 다 알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책이다. 용비어천가는 세종본, 광해본, 효종본, 영조본이 알려져 있었으며, 소장처는 규장각등 국내의 소수기관에서만 소장하고 있으며, 고서를 수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생에 한번 수집해 보았으면 하고 꿈에 그리는 고서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에서는 고판화박물관에서 지난 해 발굴하여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다.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 미 기픈 므른 래 아니 그츨 내히 이러 바래 가니”로 시작하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처음으로 훈민정음을 사용한 문헌이라는 점에서 국어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국한혼용문으로 표기된 가사歌詞 125장과 한문(漢文)으로 된 주석문(註釋文)에 나오는 한글 표기(表記)의 고유명사(固有名詞) 등 300여 단어가 그것이다.
문학사적인 면에서도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더불어 악장체(樂章體)의 노래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사료적(史料的)인 면에서도 주석(註釋)에 나타나는 여말선초(麗末鮮初)에 걸친 북방민족(北方民族)과의 관계나 왜적(倭賊)의 침입에 관한 기록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제1·2·3·4·125장 등은 여민락(與民樂)으로 불려지기도 했으며, ≪세종실록(世宗實錄)≫ (권14) 악보(樂譜)에는 국문(國文)가사 전문(全文)이 실려있다. 이로써 강원도는 홍천 수타사의 월인석보와 더불어 훈민정음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한글책을 다 소장하는 도가 되었으며, 용비어천가는 국어교과서에 소개되고 있어 학생들이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자료를 박물관에 와서 직접 볼 수 있고 연구할 수 있어 효과적인 한글연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유물을 감정한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책의 상태가 훼손이 심하지만 우리나라에 몇 권 남아 있지 않은 효종본으로 초기 한글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번 용비어천가 발굴을 계기로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한글판본들을 수집하여 한글 보존운동을 사회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그 동안 고판화박물관에서는 한극 관련 자료를 수집 발굴하여 지난 5월 9일에는 한글관련 두점이 강원도 유형문화재151호(제진언집)와 문화재 자료 제146호(만연사중간진언집)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고판화박물관은 이날 효종본 용비어천가 1,2권 및 한글관련자료 강원유형문화재(제진언집), 강원문화재자료(진언집), 한글번역본 (법화경언해), 한글목판(논어,맹자언해등)을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