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파 동인으로 유명한 동탁 조지훈 시인의 나이 열아홉 되던 해의 가을 어느 날, 동탁은 용주사에서 올리는 큰 재(齋)에서 승무를 처음 보고는 불후의 명시(名詩) ‘승무(僧舞)’를 짓게 되었다. 시 ‘승무’가 탄생하는 이야기가 <시의 원리>(珊瑚莊刊, 1956)에 게재된 후 거의 반세기가 지난 후 이를 기리는 행사가 시 '승무'의 탄생 배경지인 화성 용주사에서 매년 펼쳐지고 있다.
젊은 날의 지훈에게 당시의 감동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었는지 <시의 원리>는 “재(齋)가 파한 다음에도 밤늦게까지 절 뒷마당 감나무 아래서 넋 없이 서있는 나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라는 지훈의 고백을 싣고 있다.
올해에도 조계종 2교구본사 용주사(주지 정호 스님)는 지난 10월 4일~ 5일, 이틀에 걸쳐 승무제와 경로잔치를 성대히 열었다. 승무제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
4일에는 용주사 경내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승무와 살풀이의 예능보유자인 송악 김복련 선생의 승무 공연에 이어 합창제, 백수연, 경로잔치 등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백수연에는 올해 백수를 맞은 이시영 씨가 초대돼 장수를 축하하는 조선시대 궁중연이 무대에 올랐다.
용주사 효행교육원이 주관하는 경로잔치에 이어, 개막식이 열렸고, 진순분 시인이 시 ‘승무’를 낭송했다. 이어 김복련 선생의 승무공연과 겨레하나예술단이 북한 예술을 공연해 갈채를 받았다.
5일에는 용주사의 유물과 건축양식에 대한 해설과 함께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에 앞서 정조시대 제례와 연례악이 재현되었고, 용주사 말사의 합창단이 참여하는 사랑나눔 음악예술제가 이어졌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새정부 출범이후 잇따른 종교편향으로 갈라진 사회 및 종교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의미에서 한신대학교 대학교회 성가단이 특별 출연해 연주회를 가짐으로써 참석 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가수 최백호의 사회로 정수라, 이은하, 박강성, 김도향, 김종환, 이정성, 적우 스님 등이 출연하는 승무제 특집 SBS 라디오 공개방송이 진행됐다.
이 밖에도 탁본체험, 인절미 만들기, 치매예방 어르신 그림전, 불교 사진전, 다도 시연 및 시음,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마련돼 참석대중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