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본 스님은) 오직 조주 무자(無字)에만 화두를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뭣고’는 다만 의심으로 업장을 증장시킬 뿐, 화두가 목표하는 본래면목과의 대면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나는 이 주장이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공인된 선의 전통을 조주 무자만 남기고 일거에 부정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한국학부 교수가 성본 스님의 ‘이뭣고’는 화두가 아니며 오직 ‘무자’만이 화두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형조 교수는 월간 <불교와 문화> 10월호에 연재 중인 ‘한형조 교수의 격외불교 한담’ 코너의 ‘이뭣고는 화두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내가 보았던 것이 진실은 아니었고, 내가 내린 판단과 주장들이 내 편견의 상이었을 뿐임을 사무치게 아는 것이 불도의 시작이다. 그 회의 혹은 의심에서 화두가 출발한다. 이뭣고! 화두는 익숙한 세계와 나에 대한 의심이자, 성찰이고, 또한 관찰이기도 하다. 이뭣고는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화두다”라고 주장했다.

한형조 교수는 “관건은 화두의 형식이 아니라, 화두를 드는 방식이고, 화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 조주 무자도 잘못 쓰면 병통을 만들고 업장을 키우며, ‘이뭣고’도 잘 쓰면, 많은 선장들이 그렇게 했듯이 분열을 차단하고 자기 속의 주인공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또 “이뭣고 뿐만 아니라 조주무자를 필두로 1700공안이 기실 같은 방법적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 하나…. 그것은 두루 인습적 자아의 준동을 차단하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방법적 도구들이다. 화두들은 각양각색이다. 질문에 어울리지 않는, 또는 아무 상관없는 엉뚱한 대답들, 이를 테면 역설이나 모순 혹은 말도 안 되는 언어도단들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듯하지만, 결국 같은 기능(방편)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결론적으로 “화두의 의미는 ‘언구 자체’에 있지 않고, ‘방법적 차단’이라는 기능에 있다. 그런데 간화는 거두절미 화두를 들라고 외칠 뿐, 대체 무엇을 차단하고, 어떻게 경계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 이 ‘지식’과 ‘이해’의 알음알이를 위해 간화는 화두 밖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형조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및 한국정신문화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을 졸업했다(철학박사).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한국학부 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에 '왜 동양철학인가' '주희에서 정약용으로' '중고생을 위한 고사성어 강의' '무문관, 혹은 너는 누구냐' '화엄의 사상'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