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무심하기도 하고 그지없이 소박하면서도 한 얼굴. 평화와 정신적인 충만함을 온전히 드러낸 마치 흙의 몸으로 성불한 듯 구원의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들이 있다.

흙이라는 차가움과 불이라는 뜨거움의 교감을 통해 도예의 전통적 기법과 현대조각의 조형체험을 접목해 온 김은현 작가가 여섯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10월 8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명상-열림’을 주제로 삼았다.

작가는 이전 발표에서도 ‘명상의 기쁨’, ‘명상-내가 나에게’ 등 바쁜 현대인들의 삶속에서 ‘덜어놓고, 내려놓는’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현대인들은 흙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평론가 경기대 박영택 교수는 “표현의 절제를 통해 인위성을 최소화한 결과, 소박하지만 원만한 표정을 통해 미적 특질은 물론 종교적 차원의 의미 역시 집중돼있다”며 “만들어지고 조각된 것이라기보다는 살아서 몽상에 잠긴 듯 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욕심과 집착을 버린 마음으로 분청토, 산청토, 잡토 그리고 옹기토 등의 다양한 흙을 자신의 손아귀가 허용하고 납득하고 감당할 만큼의 양만큼 주무르고 만지작거려서 얼굴, 두상을 빚어 놓았다. 작품은 흙의 묽성을 그대로 드러낼 뿐아니라 작가와 흙이 하나가 되어 나누는 교감 또한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제 작품을 감상해 보면 의미가 더욱 명확해 진다. 감은 듯 감지 않은 눈에 미소를 머금은 자그마한 입을 보며 명상에 잠기면 어느새 마음이 열리고 번뇌를 덜어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김은현 작가는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1996년 ‘무(無)로의 여행’을 시작으로 명상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작품으로 표현해오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뉴욕에서도 개인전을 여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