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이 종단 화합과 발전을 위해 늦어도 내년 3월 말 이전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운산 스님은 오늘(10월 1일) 낮 교계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종도들의 애종심이 날로 두터워지는 등 종단이 안정과 발전의 기조로 들어선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총무원장의 임기와 관계없이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의 국고지원 정산 문제와 조계종과 분규 상태인 신촌 봉원사 문제 등 주요 현안 두 가지가 해결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사퇴 시기는 내년 3월 30일 이전이지만, 이 현안이 빨리 해결되면 그 이전이라도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운산 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공식 행사는 11월 중국에서 봉행되는 태고보우국사 비 제막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산스님은 “종정예하와 원로회의 등 종단의 원로중진들이 설사 사퇴를 만류한다 해도 물러난다는 입장에는 일절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8일 안팎)에 원로회의를 열어 사퇴 표명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5년 11월 23대 총무원장으로 연임된 운산스님의 임기는 내년 11월이다.

35년 전 총무원에 총무부장으로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종단의 행정에 요직을 맡아온 운산 스님의 사퇴표명은 제2 종단 총무원장의 거취표명이라는 점과, 대부분 사설사암으로 구성돼 종단 집행부의 장악력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태고종의 현실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운산 스님은 “충무와 제주에서의 종단행사, 중국불교의 신주화악 초청공연 등 종단의 굵직한 행사에 대한 최근 종도들의 능동적 참여가 눈에 띠게 늘어나는 등 종단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확인한 것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이며, 이런 흐름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종단 안에 분열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돼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운산 스님은 “이러한 때에 내가 그만 둬서 종단이 잘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며 “최근 몇몇 스님이 주간지에 종단의 부정적인 기사를 제보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되고 있는데, 결국 나보고 물러가라는 이야기이므로 내가 물러나면 다 해결될 일이 아니냐”며 사퇴 결심의 배경이 일련의 종단 내 분열사태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인했다.

운산 스님은 특히 “내가 사퇴한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원장을 세워놓고 수렴청정을 할 것이다, 종헌을 바꿔 종정이 되려고 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는 데 모두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나로 인해 공적 사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것은 해원과 화합차원에서 회복시킬 것이며, 보우승가회와 선암사 문제로 징계을 받은 스님들의 징계를 풀도록 곧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산스님은 또 종회가 구성한 ‘총무원장 의혹사항 조사위원회’의 조사위원을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해 총무원장 면죄부 위원회라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이 위원회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털고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