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불교방송과 불교진흥원(이하 진흥원)이 헤어질 것 같다. 전임 사장 퇴임 후 영담 이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기간이 잔여임기를 넘어가면서 불편함의 강도를 더해오던 두 기관의 어색한 동거가 지난 8월 29일 열린 제66차 불교방송 이사회를 기점으로 어떤 형태로든 종지부를 찍는 쪽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현재로서는 결별 가능성이 커 보인다.

8월 29일 열린 불교방송 이사회가 다룬 주요 안건은 새 사장 선임과 진흥원측 신임이사 선임이었다. 그런데 이사회 결의 결과는 진흥원이 추천한 사장후보는 인정할 수 없으니 다시 추천할 것과 진흥원 추천 신임 방송이사는 진흥원측 이사들이 불참했으므로 다음 이사회에서 설명을 듣고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이사회는 더 나아가 사장복무규정을 신설해 통과시킴으로써 불교방송 운영의 절대적 권한을 이사장에게 넘겼다. 진흥원 추천 몫의 사장을 사실상 바지사장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불교방송 이사회의 이 날 결의사항은 ▲사장복무규정의 제정 ▲사장직무대행의 기한을 후임사장 선임 때까지로 한다는 것을 확인 ▲상암동 DMC추진은 이사회에서 부지매입 입찰 참여 결의와 전임사장 재직 시의 사업을 계속 추진한 것으로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임을 확인 ▲영상사업 진출 건 역시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진행한 것임을 각각 확인 처리한 것이다. 또한, ▲진흥원이 추천한 2명의 사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추천이 부적합하여 부결하고 재 추천할 것 ▲새 후보자의 추천은 불교방송 이사장과 진흥원 이사장이 협의하여 진행토록 결의한 것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밖에 진흥원에서 추천한 전경두, 이용부 씨에 대한 이사 선임을 추천기관(진흥원) 이사들의 불참석으로 차기에 다시 논의키로 결의한 것 등이 있다.

불교방송 사장의 추천의 권한을 가진 진흥원 입장에서는 8월 29일 이사회의 결의내용들이 하나같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공문을 통해 이사회 결과를 통보받은 진흥원 이사들의 반응은 매우 격앙된 것이었다는 게 진흥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문을 받은 후 진흥원은 서둘러 이사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사에 따르면, 간담회에 참석한 전체 이사들이 불교방송 이사장이 보내온 공문에 대해 분개했으며, 차제에 불교방송과의 관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와 함께 제66차 불교방송이사회 결의사항은 사실상 불교방송이 진흥원과 함께 가지 않겠다는 통보와 다르지 않다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불교방송 이사회의 결의에 대한 진흥원의 입장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우선 이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기간은 전임사장의 잔여임기인 2008년 7월 4일까지로 한정해야 하며, 진흥원은 이에 맞춰 전임 사장 임기만료 한 달 전까지 차기 사장 후보 2인을 추천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또 상암동 DMC 추진의 승인문제는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승인을 했으나 그 외 중요사항은 추후 이사회에서 승인하거나 논의한 바 없고, 영상사업 진출에 관한 사업 역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진행사항에 대한 자료제시 및 추가사업 추가결의 없이 진행돼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는 견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찰탈락 결과 등에 대한 책임추궁도 뒤따라야 한다는 강경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영상사업 추진의 승인 문제도 진출하는데 대한 원칙적인 방침에 관한 것이었지, 그 형태를 IPTV로 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쪽과 연결할 것인지, 어떤 스케줄로 갈 것인지, 시설 및 장비의 규모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사항들을 모두 사장직무대행이 혼자 독단적으로 하라는 승인절차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송 추천이사 2인에 대한 승인 보류에 대해서는 진흥원 권한의 궐위 이사에 대한 추천으로 논의의 대상이 아닌데도 ‘추천기관 이사들의 불참’을 이유로 보류함으로써 진흥원의 권한을 묵살한 것이라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불교방송이사회가 진흥원을 완전히 남처럼 취급할 생각이 없었다면 그런 식의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진흥원 소속 이사들이 지난 불교방송 이사회에 불참한 주된 이유인 소집목적에서 제시한 이사 선임의 건, 사장 선임의 건 등 5건의 안건을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뭉뚱그려 처리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는 입장이다.

특히 ‘사장복무규정’의 제정은 필요성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장의 권한과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허수아비 사장을 세워놓고 이사장이 모든 권한과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골자로 진흥원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관 위배일 뿐 아니라 사회통념이나 상식에 반하는 것이고 설사 정관개정을 통하여 한다고 하더라도 감독관청으로부터 승인 받지 못할 사항이 대부분이라는 견해다.

또한 불교방송 정관 제5조에 의한 진흥원의 사장후보 추천권은 이사회에서 거부할 대상이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이다.

최근 열린 진흥원 이사 간담회에서는 이에 따라 대 불교방송 관련 대처를 놓고 몇 가지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크게 불교방송의 사장추천권 및 이사 참여를 모두 포기하고 완전하게 관계를 청산하는 방안, 아니면 보장된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현 시점에서 진흥원이 갖고 있는 확고한 입장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따라 진흥원의 이사들은 불교방송이사장의 독단과 전횡이 계속된다면 불교방송에서 완전하게 손을 떼고 본래의 고유목적인 불교진흥을 위한 폭넓은 후원 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겠다는 방침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진흥원 이사회는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해서 진흥원이 앞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실무진에게 검토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설사 진흥원의 주장이 불교방송 이사회에서 관철된다고 하더라도 불교방송으로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지원형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진흥원 쪽의 분위기다. 불교방송 쪽에서도 차제에 독립운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직원들 사이에서 점차 팽배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불교방송 사장 선출을 놓고 불거진 두 기관의 불편함이 끝내 결별까지 이어질 지, 불교계의 이목(耳目)이 마포 다보빌딩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