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불교계는 10일 동화사에서 지역 범불교도대회 준비모임을 갖고 예정대로 범불교대회 및 전국승려대회를 강행하기로 협의했다.

범불교 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5시 대구 동화사에서 대구·경북지역 범불교도대회 준비 모임인 범불교계 지도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역 범불교도대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 대구경북 범불교도 대책소위원회’가 구성됐다.

소위원회는 대구경북지역 교구본사 총무국장과 종단협의회 소속 각 종단 추천위원 1인, 비구니스님 대표 2인, 재가신행단체 대표 5인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불교계 지도자들은 “정부가 추석 이전까지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등 불교계의 4대요구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역 범불교도대회 봉행을 위한 실무 작업에 즉각 돌입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대책위는 또 대구·경북지역을 시작으로 부산·경남, 호남, 충청, 강원지역 등 전국을 돌며 범불교도대회를 치른 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열리는 대구경북 범불교도대회 일정과 장소는 소위원회와 중앙 범불교대책위원회가 함께 논의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우리 불교의 최고 덕목은 자비이지만 법(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불교가 어떤 종교와 대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일부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중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관 스님은 이어 “앞으로는 호법모임이라 할까 사회갈등을 치유하는 모임이라 할까 그런 것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자비로 인내하면서 우리의 앞길을 지키고 국민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을 비롯한 주요종단 총무원장 스님들도 “호법(護法)을 기치로 사회가 평화로워지도록 힘을 모으자”며 “불교에는 자비심도 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 할 수 있는 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관 스님을 비롯해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총화종 총무원장 남정 스님 등 주요종단 지도자들과 조계종 호계원장 법등 스님, 총무부장 원학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스님,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 직지사 주지 성웅 스님 등 130여명의 불교지도자가 참석했다.

한편 간담회가 열리기 직전인 오후 4시 50분경 어청수 경찰청장이 동화사를 방문했다. 어 청장은 지관 스님에게 다가가 “큰 스님 저 왔습니다”라며 두 손을 잡았으나, 지관 스님은 아무 말도 안하고 회의장으로 향했다.

두시간여의 회의를 마친 지관 스님 등 참석자이 공양을 하기 위해 선열당으로 올라가자 어 청장이 선열당으로 밀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먼저 앉아 수저를 들던 일부 스님과 젊은 신도들이 미닫이 문으로 몰려 문을 잡고 어 청장 일행의 '진입'을 막았고 선열장은 일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부 스님들은 어 청장의 '무례'를 따졌으며 일부 신도와 스님은 '어청수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와중에 지관 스님은 공양을 채 마치지 못하고 선열당을 빠져나와 승용차를 타고 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