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말 백련결사가 있었던 강진 백련사에 있는 원묘국사 요세 스님의 부도탑비를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돌거북 뒷부분에 개구리 한 마리가 편안한 자세로 와 쉬고 있다. 비록 이생에는 개구리의 몸을 받았지만 요세 스님의 품안에서 무명과 번뇌를 벗고 극락세계에 나기를 발원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요세 스님은 당시 수없이 많은 민중들에게 희망과 참다운 삶의 가치를 전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원묘국사 요세 스님은?

원묘(圓妙)국사 요세(了世, 1163~1245) 스님은 정치가 타락하고 종교마저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내란과 외세의 침략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격동의 시대에 어둠의 한 가운데서 온 몸으로 희망을 말하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던 스님이다.

1163년 지금의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스님은 12세에 지금의 합천 천락사로 출가했다. 그곳에서 천태의 이론과 수행법을 공부한 스님은 23세 때 승과에 합격하고 난 후에도 천태학에 천착함으로 명성을 드날렸다. 그러나 당시 세속화된 불교계에 크게 실망한 스님은 운수납자가 되어 산천을 떠돌았다. 이 때 수선사 결사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편지를 받게 되고 기꺼이 동참한다. 그 때가 스님의 나이 33세 때인 1198년. 수선사에서 여섯 살 위의 지눌 스님과 함께 여러 해 동안 정혜결사운동을 펼치던 스님은 어느 날 자신의 수행방향을 조계선에서 천태교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자각하기에 이른다.

이후 스님은 대중들을 위해 천태 해설서를 강의하고 법화경을 독송하고 몸소 끊임없는 참회정진을 계속했다. 54세 때 강진 만덕사지 터에 80여 간의 가람을 개창하고, 70세 되던 해인 1232년 4월 8일 드디어 보현도량을 결성하고 백련결사를 시작하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했다. 이들 입사자(入社者)들은 요세 스님에게서 참다운 삶의 가치와 희망을 발견했고, 그들 자신도 염불, 독송, 참회 등을 통해 무명과 번뇌의 옷을 벗고 왕생하고자 애썼다.

그렇게 사바의 중생들을 교화하던 스님은 83세 때인 1245년 가을의 어느 날, 가부좌를 틀더니 “50년 산속에서 썩은 이 물건이 오늘 떠나가니 각자 노력해 법을 위해 힘쓰라”는 말을 남기고 정토로 향했다. *요세 스님의 행장은 법보신문 이재형 기자의 기사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