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정권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과해야할 것이다.”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이 9월 2일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와 불교TV가 공동주최한 특별좌담 ‘범불교도대회 그 이후’에 출연해 답변 없는 이명박 정부에 엄중 경고했다.
원학 스님은 “종교문제로 인해 사회분열이 일어난다면 정권을 유지하기가 힘들어 질 것”이라며 “정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불교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각 지방으로 규탄대회가 확산될 것이며, 현 정부를 지적하는 모든 단체들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학 스님은 “여당이나 문광부 실무자들은 불교계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청와대 비서진들은 범불교도대회 공식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문제이지만 보좌진들의 인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학 스님은 “불교계가 불교교리를 사회에 인식시키고자한 것이 아니”라며 “바른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불교계의 의견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또 “최근 불교가 과거 모습과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과거 정부와 대화할 때마다 몇몇 분들이 시녀로 전락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며 “지금은 원장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의견을 관철시킬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앞으로 불교가 사회와 국가에 필요한 종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불교계의 요구사항 중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촛불집회 관련 수배자에 대한 문제는 불교계와 무관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원학 스님은 “정부와 협상 중 계속 제기돼온 문제로 정부가 신뢰받지 못해 집회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수배자가 된 것이라 일반 범죄 수배자와는 다르다”며 “자비를 표방하는 종교로써 그들을 감싸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또 “불교계는 상설기구를 조직해 정부의 종교차별에 대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좌담에는 우리는선우 운영위원장 윤세원 교수, 태고종 교류협력실장 법현 스님,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공동대표가 함께 출연했다.
윤세원 교수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불교계가 궐기해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 면도 있지만 이런 일을 일어나게 한 정부는 역사에서 두고두고 심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과거에는 불자들이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가던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참아선 안 된다는 의식 전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범불교도대회를 분석했다.
법현 스님은 “불교도대회를 계기로 종교차별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이는 불교뿐 아니라 사회전체 통합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류협력실장으로서 타종교 성직자들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는 법현 스님은 “종교차별 문제는 불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타 종교인들도 특정종교 그 중에서 특정 종파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법현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과 반대로 하면 옳은 일임을 알려주는 ‘역행보살’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우리 주변 사람들과 이웃종교를 만나더라도 따뜻하게 이해해주고 좋은 언어, 좋은 논리, 좋은 표현으로 그들을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서 공동대표는 “불교계를 이해 못한다는 정부의 말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이해 못한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며 “대통령으로서 가장 피해야 할 종교 갈등을 이명박 대통령이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종교차별과 사회갈등을 일으켜 불교계는 물론 국민들이 하나로 결집하는데 역할을 한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좌담의 모든 출연자들은 “범불교도대회의 성과를 인정하지만 이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불교도 이제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할 때라는 것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불교의 활동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세원 교수는 또 “양쪽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니 대화를 해도 소통이 안 된다”며 “소통이 그야말로 소고집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세원 교수는 “정치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슥 빠져서 모른체 한다”며 “바로 눈앞에서 불자들의 궐기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국가 수석이란 사람이 ‘급한 일 많은데 귀찮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부의 딴전부리기가 '정신분열적 수준'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