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8,9월이면 강진 백련사 만경루 앞 배롱나무에 목백일홍이 만발한다. 누각의 이름을 만경루라고 한 것은 벌써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동백의 숲과 강진만의 바다풍경이 이루는 절경임을 내포한 것이지만, 이즈음 만경루 앞 최고의 아름다움은 누각의 문 앞을 장식한 목백일홍이 아닐지 싶다.
8월의 마지막 날, 강진 백련사를 찾았다. 평소 존경하는 여연 스님이 이곳의 주지로 부임해 오신 터라 스님도 친견하고, 막바지에 이른 연지도 구경할 참으로 겸사겸사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승(茶僧) 여연 스님과 차를 마시며 만경루 앞에 흐드러지게 핀 배롱나무 꽃을 보았다. 이 순간 백련사 경내가 그대로 연화장 세계다. 그 아름다움에 백련사를 찾은 이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넋을 잃는다.
배롱나무 꽃은 7월부터 9월까지 100일 간 꽃을 피운다고 해서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1년생 화초와 구분하기 위해 목백일홍이라고 했다. 그러나 순 우리말 이름인 배롱나무가 가장 정겹다.
목백일홍은 화려한 색채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화사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함을 갖춘 꽃이다.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자라고, 해묵은 배롱나무는 그 줄기가 단단하고 윤기가 난다.
목백일홍은 작은 꽃송이가 여러 송이 어울려 마치 포도송이가 거꾸로 선 모양을 하고 있는데, 탐스런 꽃송이가 만개할 때면 그 화사함과 아름다움에 취하지 않는 이가 없다.
꽃이 지고 잎마저 다 떨어지고 나면 속살로 겨울을 맞는데, 이때 사람의 손이라도 살짝 닿을라치면 가지 끝이 바르르 떤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부끄럼 나무’ ‘간지럼나무’다. 또 배롱나무의 꽃이 질 때면 벼가 익는다고 해서 ‘쌀밥나무’라고도 불린다.
만경루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열린 창문을 ‘사진틀’로 삼아 사진을 찍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