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 2일) 오전 조계종총무원으로부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소 황당한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 내용인 즉, “원장스님 생신은 참고로 6월 14일입니다.”란 달랑 한 줄의 문장이다. 그러고도 메일의 제목은 ‘정보를 공유’라니, 허탈한 웃음을 참을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첨부파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자로 지관 스님에게 보낸 생일축하전보를 스캔해 보내주었다. 아마도 생일축전 내용을 보고 알아서 판단하라는 뜻일지 싶다. 축하전보에 적힌 내용 전문은 이렇다.

“지관 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국민을 위한 변함없는 관심과 봉사에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드립니다. 2008년 6월 25일 대통령 이명박”

받은 지 두 달도 더 지난 대통령의 생일축전을 조계종 총무원이 이제서야 공개하는 뜻은 무엇일까? 달랑 카드만 스캔해서 보낸 뜻은 알아서 판단해 기사화 할 수 있으면 하라는 일종의 ‘화두’ 형 보도자료인데…, 하긴 다시 생각해 보니 과연 대표 선종를 표방하는 조계종의 홍보책임자 다운 ‘선종(禪宗)식 보도자료’라 평가할만하겠다.

잠시 생각해보니 얼른, 두 가지의 해석이 떠오른다. 하나는 축전이란 적어도 생일 이전이나, 늦어도 당일에는 보내야 예의인 것인데 무려 11일이나 지난 후에 보냈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불교계 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범한 첫 번째 비례(非禮)요, 또 하나는 그래도 한국불교의 수장이자 한국종교계의 대표적인 어른인 지관 스님에게 요즘 정치인이 쓰지 말라고 해도 악착같이 사용하는 ‘큰스님’이란 표현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스님’이라고는 표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의 의미의 두 번째 비례를 지적하고자 했음 직하다.

하긴 ‘지관 스님’도 아니고 ‘지관 님’이라니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청와대가 지나치긴 했다. 여기서 ‘생일’을 ‘생신’이라고 했어야 했다는 정도의 불편함은 굳이 문제 삼지 말기로 하자.

만에 하나라도 이 생일축전이 ‘종교편향’의 또 하나의 사례로 등장해 문제가 된다면, 필시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축전을 보냈거나, 그 내용을 지시한 것은 아니고 실무진에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탓이며 앞으로는 주의하겠다. 결코 불교계나 지관 스님을 가벼이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발적인 일이다. 결코 대통령이나 이 정부는 종교편향을 생각하거나 계획한 일이 없다.’는 등등의 변명을 늘어놓을 가능성이 클 것이지만 말이다.

또 하나, 조계종 총무원이 이 생일축전을 공개한 배경에는 현 정부의 지관 스님에 대한 홀대는 지관 스님이 탄 차량에 대한 무리한 검문검색이 처음이 아니라 이처럼 처음부터 가벼이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리고자 했을 것이다.

마음이 사무치면 설사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알게 되는 법이고, 실제 마음은 없으면서도 겉치레로 있는 척하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속내가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관 스님에게 보낸 ‘생일축전’ 한 문장에서도 우리는 그 교훈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이 소중한 교훈을 이런 사례에서 되새기는 것이 영 찝찝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