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아름다운 삼존불상이 발견됐다. 특이하게도 화강암이 아닌 종유석으로 조성된 이 불상은 715년이라는 조상명문까지 남기고 있어 불교미술 전문가들의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삼세불 입상은 소장자의 전언에 의하면 1965년 경주 토함산 남록 즉 불국사 석굴암에 이르는 석굴로의 주변에서 출토됐다. 소장자 정 모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산을 허물고 텃밭을 일구다 발견한 뒤 지금껏 장롱에 보관해 왔다”며 “원래 불상에 녹이 많이 끼었는데 모르고 수세미로 닦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불상은 원광대 대학원장 양은용 교수에 의해 재발견돼 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양은용 교수는 최근 「문화사학」 29집에 「통일신라 개원3년(71)명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石造一莖三尊三世佛立像)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고 이 불상을 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불상의 명문에는 “대당 개원 3년(715) 4월 5일에 유거는 아버지를 위하여 삼가 삼세불 1구를 짓는다”고 기록돼 있다.

명문에 기록된 이 불상의 조성연대는 715년으로, 719년에 조상된 감산사아미타불입상보다 4년이 빠르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두 불상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연화대의 문양, 수인이나 광배 등의 형태가 상당히 흡사하다.

이번에 발견된 삼세불입상은 하나의 돌에 세 분의 부처님이 모셔진 일석삼존(一石三尊) 형태이다. 이를 다른 말로 일경삼존(一莖三尊)으로 지칭한다. 높이 42.5 × 너비 29.7 × 깊이 11.7cm이다. 즉 기대부위에 연화대좌를 새기고 그 위에 31.5cm의 본존불과 25.5, 25cm의 협시불을 각각 조성하였다.

불상 명문의 서체는 해서체이다. 신라의 글씨들은 통일이전과 통일이후로 나뉘는데 “이번에 발견된 삼세불에 새겨진 글씨들은 통일이전의 봉평비나 남산신성비제일비의 흐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양은용 교수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또 “이 불상명문의 서체가 통일이전의 신라서체이면서 형식은 통일이후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삼세불입상 조상명은 자형(字形)이나 선형(線形)에 있어서 신라 이외의 예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즉 開 자나 父자의 끝 획이 밋밋하고 홀쭉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선형에서 보면 大자의 첫 획이 ㄷ자처럼 시작되어 직선을 이루며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양은용 교수는 “삼세불입상의 조상기는 통일이전의 신라고체의 흐름을 받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불상의 조상주는 유거(瀏居)라는 인물이다. 유거가 어떤 사람인지는 다른 기록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명문을 통해 보면 유거가 불상을 조성한 것은 임종을 앞둔 부친을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삼세불을 조성한 것은 과거, 현재, 미래, 삼세의 부처를 조성하면서 사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망부(亡父) 대신 위부(爲父)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이 불상은 명문이 정확히 기재된 몇 안되는 신라시대 불상이고 또한 종유석으로 조성됐다는 특징이 있는데다 그 보존상태가 우수하고 조각기법이 독특해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를 ‘국보급’ 불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성연대가 명확하게 기재된 이 불상은 진품으로 확인될 경우 앞으로 불상연구가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