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진흥원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도, 평가도 많다. 이해관계에 따라, 또는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의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아주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대한불교진흥원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 제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붓다>는 창립 34돌, 제2세대 출범이라는 전기를 맞아 대한불교진흥원이 왜 변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3회에 걸쳐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부정적 평가 억울해 말고 변화의 계기 승화를

‘돌다리를 수십 차례 두드려보고도 건너지 않는 단체’, ‘불교방송에게 줄 건 다 내주고도 푸대접을 받는 알 수 없는 기관’, ‘예비역 군법사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단체’, ‘돈은 많지만 이렇다하게 하는 일은 없는 곳’,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곳’….

이상은 교계에서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하 불교진흥원)에 대해 나오는 이런저런 말들을 나열해본 것이다. 어떤 표현이든 대개가 부정적인 것들이다. 불교진흥원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행해온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할 때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불교진흥원은 그동안 진행해온 적지 않은 업적과 성과(홈페이지 사업개요 참조)에 비해 가혹한 평가를 받는 면이 없지 않다. 불교진흥원 입장에서는 매도되고 있다는 생각도 가질 수 있겠다. 그러나 현 시점은 지나친 저평가에 대해 억울해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변화의 모색을 통해 불교진흥원이 나가야할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 다행히 이 점에 대해서는 불교진흥원의 구성원들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월 16일로 제2기 출범…변화로 환골탈태 보여라

오늘(8월 16일)은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이하 불교진흥원)의 설립 34돌 생일날이다. 1975년 8월 16일 문화공보회로부터 재단의 설립을 허가받고 출범을 했으니, 오늘은 34번째 생일이자 35해째 삶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날은 불교진흥원으로서는 제2세대의 출범일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1975년 출범 당시 감사를 맡았던 전임 홍승희 이사장의 타계를 마지막으로 제 1기 이사와 감사로 재직했던 분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따라서 홍승희 이사장의 타계 직후 맞이한 생일은 자연스럽게 불교진흥원 2세대의 출범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교진흥원은, 지난 34년간 불교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일잔치를 벌이거나 자화자찬을 늘어놓기에는 애매한 입장에 놓여 있다.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불교진흥원은 변화를 거세게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34년의 공과를 떠나, 운영전반에서 혁신적 수준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불교진흥원으로서도 그리 낯선 말이 아니다.

불교진흥원 내부적으로도 전임 홍승희 이사장의 타계 및 민병천 이사장의 추대로 1세대가 마감되고 2세대가 시작되는 현 시점에서 무엇인가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분위기다. 이 같은 기류는 민병천 신임 이사장이 취임인사말에서 ‘불교진흥원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그 방향이 올 가을쯤이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병천 이사장 변화의지 살릴 블루오션 찾아라

외부적으로도 불교진흥원은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교계의 불만족,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들의 불만, 또 불교진흥원을 실질적으로 장악해야 한다는 몇몇 정치승려들의 야욕 등이 겹쳐지면서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불교방송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설립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적 뒷받침을 담당했고 이후 20여 년 간 꾸준한 지원을 해왔는데도 늘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아왔다. 불교진흥원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어 있는 상태다. 20년간의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장 복수추천권 행사 이외에는 불교방송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해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진흥원의 핵심인사에 대한 불교방송 측의 인신공격성 흔들기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속이 편할 리 만무하다. 이래저래 불교방송과의 불편한 동거상태는 불교진흥원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상징이자 불교진흥원 운영방향 쇄신 당위성의 토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불교진흥원이 지향해야할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그 기본적 방향은 불교진흥원 설립취지에 잘 제시되어 있다.

“우리의 민족정기와 전통문화창달에 크게 기여한 불교가 오늘에 와서 인간의 정신영도에 무기력해진 데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제 우리 불교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어려운 국가적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의 정법이념을 드높이 내걸어 국민의 정신생활에 지표가 되어야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사 중심의 의식과 기도에 치우친 소극적 관념적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번뇌와 정신적 갈등 속에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며, 고질적인 병폐인 교리를 빙자한 분열과 분파로 배타 비난하는 퇴보적 종파불교의 폐습을 불식하고 통불교이념으로 화합단결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 합당한 일을 함으로써 불교진흥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불교진흥원의 설립 근거다. 따라서 불교진흥원은 이 근거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그동안의 사업을 점검하고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불교진흥원은 그동안 시대와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과거의 구태의연한 사업추진 방식에 안주하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종단이나 사찰, 단체 등에서 추진하는 사업, 예컨대 법당운영, 불교교양대학 운영 등을 추진해 승속을 아울러 한국불교의 중흥을 이끌어야 할 교계의 불교진흥원에 대한 기대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교진흥원이 해야 할 일은 사찰이나 단체, 교계의 타 기관에서 할 일을 중복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종단이나 사찰, 기타 불교단체가 할 수 없는 일, 다시말해 불교진흥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야 한다. 또한 불교진흥원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일을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 그 또한 설립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은? 동국제강(주)의 창업주이며 불교대중화를 위해 헌신하였던 불자 대원 장경호(大圓 張敬浩) 거사가 1975년에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국불교의 중흥을 염원하는 간절한 서원을 담은 서한과 함께 헌납한 정재 31억6천만원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한국불교의 중흥을 염원하는 대원 거사의 장한 뜻을 접한 박정희 대통령은 구태회 당시 정무 제2장관으로 하여금 불교진흥을 위한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한국불교의 발전에 노력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구태회 장관을 중심으로 재단법인 설립준비위원회가 발족되어 실무 작업에 착수하였다. 2차례에 걸친 설립준비위원회에서 재단법인의 정관과 설립취지문을 작성·심의하였고, 법인의 명칭을 대한불교진흥원(大韓佛敎振興院)으로 결정하였다. 1975년 8월 16일 문화공보회로부터 재단의 설립 허가를 받고, 초대이사장에 구태회(제2무임소장관), 이사에 이원경(문교부 장관), 육인수(국회 문공위원장), 이선근(동국대학교 총장), 이서옹(조계종 종정), 감사에 홍승희(동양통신 사장), 장상준(동국제강 사장)이 선임되어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대망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