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한국사회 큰 어려움에 처해 있어

“지금의 한국사회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과거 이 사회를 이끌었던 리더십과 권위가 해체되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질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도안 중생의 삶은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믿고 의지할 스승을 찾습니다. 만해 스님과 같은 민족의 선각자가 우리들에게는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총재인 지관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은 4월 12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2008 만해축전' 입재식 법어에서 ‘만해가 그리운 시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경찰의 무례한 검문검색으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지관 스님의 이날 언급은 세상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믿고 의지할 스승을 찾는다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 도중 최근의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종교편향 문제로 불자 여러분들에게 고통을 주는 사례가 많아 죄송하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제10회 만해축전 성대하게 치러져

굳건한 기개와 불굴의 의지로 항일독립운동과 종교, 문학의 모든 벽을 넘어서려 했던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큰 뜻을 기리는 제 10회 만해축전(주관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 8월 11일부터 14일까지 펼쳐졌다. 올 행사는 만해축전 10돌,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 현대시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치러져 더욱 의의를 더했다.

12일 오후 열린 만해대상 시상식에서는 카스트제도 철폐 운동에 헌신해 온 로카미트라(Lokamitra) 인도 잠부드비파회 회장(평화), 문학평론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문학), 김태길 학술원 회장(학술), 혜자 도선사 주지스님(포교), 로버트 버스웰(Buswell) UCLA 교수(포교)가 상을 받았다. 김태길 학술원 회장은 상금은 학술원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혀 대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로카미트라 법사는 행운을 비는 꽃다발을 만해 스님의 흉상과 지관 스님 그리고 만해축전을 총괄하는 오현 스님(신흥사 회주)에게 선물했다. 이어령 전 장관은 만해마을에 오면 누구나 '님'이 되어 서로 존중하며 화기애애해 진다며 이렇게 많은 '님'을 지금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은 만해의 힘이라고 말했다.

고은·김윤식·김종규·자승스님 등 각계 거물 동참

빗줄기가 촉촉이 뿌리는 가운데 열린 12일 입재식과 만해대상 시상식에는 김남조 고은 이근배 오세영 신달자 이승훈 이가림 전상국 씨 등 문인들과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철학자 박이문 씨 등 학계인사,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전보삼 만해기념관 관장, 자승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등 문화계와 종교계 인사 그리고 한봉기 강원도 행정부지사, 최재기 도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11일 오후 만해시인학교 입교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올해 만해축전은 약 1천여명의 문인 및 내외귀빈, 불자, 지역민 등이 동참한 가운데 한국 현대시 100주년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 님의 침묵 서예대전, 문학의 밤 등 20여개 행사가 14일까지 만해마을 일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