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의 호계위원 참여의 길을 여는 종헌 개정안이 이번에도 부결됐다.

제197회 임시회에 앞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종회의장 향적 스님 등이 비구니 호계위원 종헌 개정안 통과를 당부했지만, 중앙종회의 복심은 달랐다.

19일 오후 2시 속회한 제197회 중앙종회 임시회는 종헌종법특위가 발의한 호계위원의 자격을 ‘승려’로 규정하는 종헌 개정안을 상정했다. 무기명 비밀투표에는 67명의 의원이 참여했고, 그 결과 찬성 46표, 반대 20표, 무효 1표로 종헌 개정을 위해 반드시 득해야 하는 54표에 미치지 못했다.

중앙종회 비구니회장 일운 스님은 부결 직후 “2부승가의 일원으로 최소한의 비구니 권익을 이렇게도 인정을 안 해주니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다”고 발언했다. 비구니 종회의원 10명 전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제197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비구니 호계위원' 종헌 개정안이 끝내 부결되자 비구니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부결된 개정안은 ▲재심호계원 자격을 법계 종사·명덕, 승납 30년, 연령 50세 이상의 승려로 규정 ▲초심호계원을 9인개정하며 위원 자격을 법계 종덕·현덕, 승납 25년, 연령 45세 이상의 승려로 규정 ▲재심호계원을 11인 개정하며 위원자격을 법게 종사·명덕, 승납 30년, 연령 50세 이상의 승려로 규정 ▲비구니 호계위원은 비구를 갈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시회에서는 제77조 2항 ‘비구니 호계위원은 비구 징계사건의 심리와 판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영배 스님은 “비구니 호계위원이 심리와 판결에 참여 못한다면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것인지”를 물었고, 호계원 사무처장 함결 스님은 “심리는 질문이고 판결은 형에 대한 결정이다. 비구니 위원은 자리에 참석하되 질문과 판결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답했다.

영담 스님은 “비구니 호계원으로 이원화 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이 법안은 비구니 스님에 대한 권한 박탈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안 스님은 “법안은 부처님 율장정신에 입각해서 비구니 갈마위원이 비구니를 갈마할 수 없다는 정신이 녹아 있다. 비구 사건에서 비구니는 기본적으로 제척”이라고 말했으며, 종헌종법특위원장 장적 스님도 “행정 심판이나 일반 심판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비구 개인의 징계 관련에 있어서는 비구니는 참석할 수 없다. 비구니가 제적된 9명만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결 방식에도 의견차이가 났다. 만장일치 통과를 주장하는 쪽과 원칙대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

비구니 종회의원 일운 스님은 “우리 종회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이기 때문에 스님들 믿고 (무기명 비밀투표에)따르겠다.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표를 던져달라”고 당부했지만 결국 비구니의 호계위원 참여는 좌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