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장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2월 26일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종교인과 함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국장 남전 스님은 2월 27일 오후 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종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종교인 과세 수정안을 보고했다. 수정안에는 ▲기타소득에 ‘종교인 소득’을 신설 ▲원천징수 항목 삭제 ▲종교인의 기부공제 한도 30%로 상향조정 ▲신청 종교인에 근로장려금 지급 ▲‘종교인 소득’ 정의 수정 등이 포함됐다.

남전 스님은 “기재부가 기타소득 안에 종교인소득을 신설하겠다고 제안했고, 종교인소득의 정의를 ‘종교 종사자가 의식이나 예식을 통해 소속단체로부터 받은 금품 중에 개인의 생활비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는 것’으로 설정했다”며 “그러나 아직 종교인 과세 찬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종교계 의견 수렴이 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계의 경우 종무소임비와 생활비의 경계 등이 모호해 내부적으로 ‘종무소임비’ 등의 기준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재부는 기존에 세금 납부방법으로 제시한 ‘본인 납부’와 ‘단체 원천징수’ 중 원천징수 항목을 삭제,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나성린 의원은 이날 종교분리의 원칙을 지키고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으며 개인 지출 목적의 사례금만 과세하고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겠다는 4대 원칙을 제시했다. 남전 스님은 “나성민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차원의 4대 원칙을 밝히고, 정부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종교인이 거기에 따라 납부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남전 스님은 이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에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불교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스님은 “불교계에서는 과세 논의 시작단계부터 지금껏 반대한 적이 없고, 종교인의 개인소득에 한해 과세에 동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했다”며 “다만 종파간의 특징을 고려해 종교인 소득을 무엇으로 정의할 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종단에서는 주요 종무직 스님들을 우선적으로 근로소득세 납세를 계획하고 있다”며 “시장경제적 용어가 많아 현실적인 납부나 세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어 추후 종교인 과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교계의 입장이 반영돼 협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이날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종교인 과세안의 일부 내용을 수정한 후 각 종파와 논의를 거쳐 종교인 전체가 참여하는 회의를 1~2차례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