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힘과 자유가 없다면, 어른이라고 해도 어른일 수 없는 법이니까요.”

철학자 강신주가 선문의 화두집 〈무문관〉을 해설한 책을 내놨다. 아마도 그는 이 책을 ‘자신의 삶을 결정할 힘과 자유를 가져다주는’ 책으로 읽은 듯하다. “〈무문관〉을 지은 무문혜개는 무문혜개이고 강신주는 강신주”라는 프롤로그의 한 표현에서 보듯 이 책은 말 그대로 ‘철학자 강신주가, 강신주의 눈으로 읽은 무문관’이다. ‘무문관, 나와 마주 서는 48개의 질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동녘)이다. 책의 제목은 저 유명한 선가의 선어 ‘백척간두진일보’를 강신주 식으로 표현한 듯한데, 제목에서부터 불교관련 서적이라면 으레 드는 ‘고리타분함’을 벗었다.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강신주가 읽은 〈무문관〉은 어떻게 다를까? 문 없는 문을 투과하면서 그가 만난 인문정신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서양철학을 공부한 이가 딜레마와 역설의 언어인 화두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이 책을 펼치면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궁금증들이다.

다 알다시피 〈무문관〉은 1228년에 나온 48개 공안(화두)가 수록된 화두 모음집이다. 화두란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다. 화두는 일상과 상식의 눈으로 타파되는 대상이 아니다. 역설과 반전, 상식파괴와 기발하고 번듯이는 기지가 동반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화두가 상식을 넘어서야 풀리는 것일진대, 이것이 철학자 강신주가 가장 주목하는 선불교의 핵심적 정신이다.

저자 강신주는 상식을 넘어선다는 것을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는 조건으로 인식한 듯하다. 오직 나이기에 살아낼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그렇기에 화두란 상식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역설로 보이지만,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풀리는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자기만의 사람에 이른 그 사람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 즉 깨달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화두란 부처가 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고,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통과할 수 있는 문을 찾아야 하기에 문이 없는 관문, 즉 무문관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와 사항의 철학자 강신주와 대자유에로의 안내서 〈무문관〉의 만남은 각별하고 흥미롭다. 동서양의 철학을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힘과 자유를 긍정하고 타자를 사랑하는 선불교의 인문정신을 길어 올린 역저, 니체에게서 외적인 권위와 가치평가에서 자유로운 ‘부처’의 모습을, 들뢰즈에게서 ‘본래면목’의 의미를, 사르트르에게서 ‘무아’를, 비트겐슈타인에게서 ‘나가르주나’를 읽어내고 화두에 얽힌 풍성한 에피소드와 불교철학의 핵심적 이론도 함께 버무려내는 기량은 아마도 우리시대의 철학자 강신주가 유일하지 않을까. 일독을 권한다. 480쪽 1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