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의 석가모니 전기는 고아로 살다가 왕자로 호위호식하고 4개 성문 밖을 보고 출가를 했다고 합니다. 정말 그것뿐이라면 허망한 이야기겠지요.”

구도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이후로 초의, 다산, 원효, 추사 등 다양한 역사인물을 조명해온 소설가 한승원의 작품세계가 마침내 석가모니에까지 이르렀다.

맨발로 생을 걷다 간 석가모니 이전의 인간, 싯타르타의 삶이 담긴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을 출간한 한 작가는 4월 28일 기자들을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작가는 지금까지의 모든 소설이 결국에는 부처님의 사상을 이야기 한 것이었으며, 부처님의 삶과 깨달음에 그의 소설이 들어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무렵, 내가 쓴 모든 소설들이 부처님의 삶과 깨달음에 들어있다고 알았어요. 내 최종 목표는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그동안 내가 불교에 젖어든 모든 것이 집약됐고 쌓여있습니다.”

한 작가는 인류 역사 속에 실존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싯다르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고아로 태어나 왕자로 자라고 성문 밖에 나가서 고통을 직시한 충격으로 출가했다는 흔한 설명이 아닌 싯타르타가 마주했을 고민과 번뇌, 출가의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는데 집중했다.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대상을 사랑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바람둥이에 불과합니다. 소설가가 어떤 한 사람을 소설로 승화시키겠다고 덤벼드는 이유도 명쾌히 밝히지 않으면 쓸 수 없습니다. 나는 석가모니가 왜 출가했는가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책을 썼습니다.”

한 작가는 <사람의 맨발>을 통해 싯타르타 당시 계급사회의 정치적 상황, 권력관계,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싯타르타의 출가한 이유를 “사람이 만들어낸 계급사회에서 사람이 억압받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한 구조적 악습을 타파하기 위함”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마약 같은 삶 속에 젖어 있는 것이 대한민국 사람들이고 불자들입니다. 검사한 사람과 배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대충대충하는 편의적 행동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월호 사고도 일어난 것입니다.”

한 작가는 장엄한 출가정신의 표상인 ‘맨발’을 현재에 대입했다. 싯타르타의 출가정신은 과연 이 시대 불교에도 이어지고 있을까.

“우리 스님들은 너무 고급화됐습니다.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물들어 고급 승용차를 몰고 배부르게 술 마시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스님의 제자인 불자도 마찬가지. 이 시대의 불자들은 너무 호화로운 삶에 젖어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석가모니의 출가정신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5년에 걸친 퇴고 끝에 원고를 완성한 일흔여섯의 노장은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모든 스님과 불자들에게 읽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설가 한승원은?

1939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 뒤 소설가와 시인으로서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소설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서라벌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먀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96년 고향 장흥에 내려와 느림의 삶을 실천하며 집필실 ‘해산토굴’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